독일 정보기관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향후 10년 안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 해외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의 브루노 칼 국장은 이날 독일 연방의회 청문회에서 “병력과 물자 측면에서 러시아군은 늦어도 2020년대 말에는 나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칼 국장은 러시아와 나토 사이의 직접적 충돌이 “러시아의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목표는 서방을 분열해 유럽의 방어 능력을 저해하는 동시에 잠재적 공격에 대비해 러시아 군대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레드라인을 계속 시험하고 대립을 더욱 고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면전을 벌이며 유럽 국가보다 군대에 훨씬 더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재래식 군대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증강의 초점은 나토의 동쪽 면을 따라 서쪽으로 전략적 방향성에 맞춰져 있다. 푸틴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을 유럽에서 밀어내고 1990년대 후반 나토 경계선을 복원해 러시아 영향권을 만들고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국내정보기관 연방헌법수호청(BfV)의 토마스 할덴방 청장도 “독일에서의 러시아 사보타주(파괴공작) 및 스파이 활동이 질적·양적 측면에서 모두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할덴방 청장은 지난 7월 독일의 국제 배송 기업 DHL의 화물기에 폭발물인 소포가 실릴 뻔한 사건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사보타주로 항공기 추락사고가 날 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도 다치지 않은 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유럽의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 각지에서 각종 사보타주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닐스 안드레아스 스텐스네스 노르웨이정보국(NIS) 국장은 지난달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군사 작전과 첩보전 등의 비군사적 작전이 혼합된 형태)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며 “우리는 사보타주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독일 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중도 우파 독일기독교민주연합(CDU)이 ‘APT28’로 알려진 러시아의 해킹 그룹의 사이버 공격을 받았고, 7월에는 러시아가 유럽 최대 방산업체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페르거 최고경영자(CEO)를 암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