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안 팔리네”…아이패드 프로 판매량 부진에 K-디스플레이 업계 ‘비상’

입력 2024-10-16 09:00
뉴시스.

지난 5월 출시된 애플의 신형 아이패드 프로 출하량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스마트폰·PC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애플 제품의 판매량마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앞세워 세계 디스플레이 1위 자리를 탈환하려는 국내 업체들의 계획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16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은 올해 아이패드 프로에 들어가는 연간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출하량 전망치를 1000만대에서 약 33% 감소한 670만대로 낮췄다. DSCC에 따르면 아이패드는 제품 출시 초기인 지난 2분기(4~6월) 시장의 기대에 힘입어 높은 판매량이 예상됐으나 3분기(7~9월) 패널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40%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4분기(10~12월)에도 패널 출하량 감소세가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고금리·고물가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아이패드에 대한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의 가격은 11인치 999달러, 13인치는 1299달러로 책정됐는데 고가인 13인치 제품의 출하량이 더 부진한 상황이다. 13인치 아이패드 프로 패널은 3분기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50% 이상 감소했고, 4분기에는 출하량이 90% 이상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형 아이패드가 기존 LED 패널을 탑재했던 이전 세대 제품에 비해 성능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제품의 교체 주기가 긴 것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주도권을 중국에 내준 상황에서 올레드 패널을 앞세워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선두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패널을 올레드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IT용 올레드 패널 수요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커졌었다. 아이패드에 올레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올해 2분기 적자 폭을 줄인 배경이 됐다. 하지만 3분기부터 패널 출하량이 하락세를 보이며 하반기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올해 3분기 아이패드용 OLED 패널 출하량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각가 110만대, 90만대로, 2분기(LG디스플레이 162만대, 삼성디스플레이 150만대)보다 총 112만대가량 덜 나갔다고 집계했다. 두 업체 모두 전 분기 대비 50만~60만대가 덜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태블릿 제품 패널은 아이패드뿐이기 때문에 이 제품 판매량에 따라 실적 등락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