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3287명)의 4.25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살(1만3978명)로 목숨을 잃고(통계청 2023년 사망원인통계), 미래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1030세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 현실 가운데 교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생명의전화(이사장 임혜숙)와 생명사랑목회포럼(회장 남서호 목사)이 ‘자살 문제 이대로 둘 것인가’를 주제로 15일 총신대 주기철기념관에서 포럼을 개최하고 생명 지킴이로서의 교회 역할을 제시했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남서호(사진) 회장은 최근 위법 논란 속에 사용이 중단된 네덜란드의 ‘안락사 캡슐’을 언급하며 “심리적 지지선이 돼주는 가정 제도가 무너지고 과도한 경쟁 사회에 내몰리는 사이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문화가 팽배해졌다”며 “교회가 생명 보존의 소명을 새기고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포럼에선 교회가 지역 주민들에게 생명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소개됐다. 특히 인적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리사회에서 우울감, 고립 문제로 위기 상황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남 회장은 “교회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도지에 ‘위기 상담’ 연락망을 소개하고, 마음 터놓고 대화 나눌 기회가 있음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사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협력해 교회 공간을 ‘생명사랑센터’로 활용하는 사례 등 준비된 도우미가 돼줄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전했다.
소그룹 모임을 통해 일상 속 건강한 소통을 지속해가는 특성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강연에 나선 김규보 총신대 상담대학원 교수는 “대화로 관계를 맺어가는 것에 익숙한 성도들이 자살예방교육을 이수하면 게이트 키퍼로서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며 “교회가 자살예방 전문 기관과 협력한다면 보다 유기적인 생명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장에선 최근 청년세대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중독, 고립은둔 문제의 현실이 조명되기도 했다. 김연은(사진)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장은 “조사 결과 고립은둔 문제를 겪기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고립은둔 기간은 3년 이상이 47.2%를 차지할 만큼 더 길어지는 추세”라며 교회가 지역사회와 연계해 도움을 준 사례를 소개했다.
핵심은 교회가 위기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접촉점이 돼주는 것이다. 위기 청년이 성도의 소개로 교회에 왔을 때 일단 제공 가능한 지원과 위로를 전한 뒤 지역 주민센터, 복지관과 협력해 복합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하상훈 원장은 “자살은 우리 사회 모든 문제의 귀결점”이라며 “한국교회가 우리 시대의 청년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