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노벨문학상 한강 작품 들고 유럽으로

입력 2024-10-15 14:06
제주도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등 4·3 관련 자료를 들고 독일과 영국에서 관련 전시 및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가 4·3의 비극을 다룬 한강 작가의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를 들고 유럽으로 갔다.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심사를 앞두고 제주4·3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와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서다. ‘작별…’ 저자가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4·3을 알리는 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도는 독일 베를린과 영국 런던에서 ‘제주4·3기록물: 진실과 화해에 관한 기록’을 주제로 특별전과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베를린 팔레포퓰레르(PalaisPopulaire)에서 14일부터 20일까지, 런던 브런스윅 아트갤러리(Brunswick Art Gallery)에선 16일부터 22일까지 일정이 마련된다.

이번 행사는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제주도가 국제적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4일 독일 전시 개막식에서는 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위원회 공동위원장 문혜형 할머니가 직접 가족사를 소개해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문 할머니의 아버지인 고(故) 문순현 씨는 대구형무소 수감 중 6·25전쟁으로 행방불명된 후 배우자에게 보낸 편지가 4·3기록물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신청에 포함됐다.

특별전에서는 4·3의 연대기와 과거사 해결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을 판넬·영상·사진·기록물 복제본 등 다양한 매체로 전시했다.

특히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4·3 소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전시해 주목을 받았다. 김애숙 정무부지사는 개막식 축사에서 “이 소설에는 문혜형 선생님의 경험과 유사하게, 제주4·3으로 가족을 잃은 주인공이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아 육지부 형무소로 찾아다니는 장면이 나온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심포지엄에서는 국제 전문가와 현지 학자들이 4·3의 역사적 의미,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의의, 갈등해결 선도모델로서의 4·3의 가치를 공유했다.

댄 스미스(Dan Smith)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장은 기조연설에서 평화를 위한 진실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4·3을 기억하는 것은 희생자를 기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실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로 나선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제주도민의 희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진상조사보고서 확정, 대통령 사과, 희생자 보상금 지급 등의 노력을 소개했다.

토론에서 베르니 페니히 자유베를린 대학교 교수는 “역사에는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가 내포돼 있어 과거 기록을 다룰 때 법적, 사회적, 도덕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철인 제주대학교 교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된 제주 4·3기록물의 구성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유 교수는 “이 기록물에는 당시 군사재판에서 선고된 수감자 관련 문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증언, 진실과 화해를 위한 시민 운동 자료, 제주4·3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 자료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오영훈 지사는 “4·3기록물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제주인들이 화해와 상생을 통해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맥을 같이 한다”면서 “유럽 특별전을 계기로 제주4·3의 갈등해결 과정을 전 세계적 롤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국제적 공감대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는 지난 10일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확정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1년 작으로, 제주4·3의 비극을 다뤘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