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공화국’ 오명 한국…“갈등, 통합에 가기 위한 원동력으로”

입력 2024-10-15 12:27 수정 2024-10-15 15:39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 교수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구조적 거시적 접근'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국내 사회 곳곳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이념의 차이가 진영 간의 혐오를 낳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세대와 젠더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노사와 빈부에 이르기까지 갈등의 형태도 다양하다.

대한민국이 ‘갈등 공화국’이란 오명을 듣고 있는 가운데 갈등이 건강한 사회로 가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단 의견이 제시됐다.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면 사회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나부터캠페인(대표 류영모 목사)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갈등에서 통합으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나부터캠페인은 한국교회의 회개와 갱신을 통해 한국사회의 변혁을 이끄는 데 목적을 둔 단체다.

이날 행사에는 김학중(꿈의교회) 신평식(한국교회총연합 사무총장) 이순창(예장통합 전 총회장) 이철(기감 감독회장) 배광식(예장합동 전 총회장) 목사, 김순미(예장통합 전 부총회장) 장로 등이 함께했다.

류영모 한소망교회 목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나부터캠페인 대표 류영모 한소망교회 목사는 인사말에서 “한국사회는 본격적으로 저출생·고령화·축소사회로 진입하면서 사회 각 영역에서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며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인류문명의 발전은 새로운 갈등 양상을 동반하고 있다. 포럼을 통해 갈등을 넘어 통합으로 나아가는 지혜를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해국 전 서울장신대 총장은 ‘한국사회의 갈등과 통합 개인·심리적 관점’이란 주제를 발제했다. 황 전 총장은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갈등 지수가 3번째로 높다”고 지적하면서 “갈등이 없는 사회나 갈등 없는 사람은 없다. 상호의존성·한정된 자원·권위 욕구·경계의 침범 등의 사유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황해국 전 서울장신대 총장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인적 심리적 접근'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황 전 총장은 갈등 해결의 방안으로 경청과 예수 그리스도의 용서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갈등이 있다면 이를 해결하는 길도 있다”면서 “건설적인 권면은 회복의 기회를 제공한다. 갈등이 인간의 삶에서 불가피한 일이라면 파괴적인 결말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고 분쟁의 에너지를 생산 에너지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 교수는 ‘구조·거시적 관점’의 주제 발표에서 “사회학적으로 사회갈등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사회갈등은 사회통합을 훼손하기도 하지만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통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치사회(정부와 국회)가 중요하다. 정치사회에 부여된 일차적 과제 중 하나가 사회통합의 제고에 있다”며 “동시에 시민사회도 사회갈등을 가능한 한 객관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그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부터캠페인 고문들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편 2부 순서로 이어진 토론에서 신 목사가 “최근 교회나 교인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갈등의 해소를 위한 지혜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황 전 총장은 “냉정하게 살펴보면 사회에 상처난 사람이 있는 것처럼 교회 안에도 그런 사람이 적지 않다”며 “(목회자나 교회가) 거기에 주목해야 하는데, 상층에 있는 분들은 하층에 상처난 사람을 볼 기회가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한국교회가 이를 지속해서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