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의 할머니 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멤버 서무석 할머니가 별세했다. 향년 87세.
15일 칠곡군에 따르면 림프종 혈액암 3기를 앓고 있던 서 할머니는 이날 오전 대구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서 할머니의 빈소는 지역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니와칠공주는 칠곡 지역의 평균 연령 85세 할머니 여덟명이 모여 결성한 8인조 힙합 그룹이다. 서 할머니는 지난해 8월 그룹에 합류했다.
서 할머니는 지난 1월 목에 이상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고, 그 결과 림프종 혈액암 3기와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 그룹 활동을 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가족들은 서 할머니의 건강이 걱정돼 그룹 활동을 만류했으나,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할머니의 장녀 전경숙(65)씨는 “랩을 하면서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말릴 수가 없었다”며 “지난 주말 몸져누워 있는 상황에서도 함께 랩을 하는 할머니들과 선생님 등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하실 만큼 랩에 진심이었다”고 전했다.
서 할머니는 암 투병 상황에서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경로당에서 연습에 매진했다. 그런 열정 때문인지 그는 의사가 예측한 3개월을 넘겨 9개월간 래퍼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4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글 주간 개막식’ 공연 무대에도 올랐다. 하지만 이틀 뒤부터 갑자기 건강 상태가 악화했고, 정밀 검사를 통해 암이 폐로 전이된 사실을 확인했다.
서 할머니와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수니와칠공주 멤버들은 오는 16일 빈소에서 추모 공연을 열 예정이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투병 중에도 열정을 불살라 사람들에게 ‘늦어도 할 수 있다’는 감동을 준 서무석 할머니를 잊지 않고 추모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