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시대를 향해 달려가면서 한국 배터리 3사는 기회를 맞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 차가 요구하는 고용량, 고품질 배터리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전고체 배터리,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기술 고도화에 주력하며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위, 로봇’ 행사에서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2027년 이전에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 모델3, 모델Y 등 기존 모델을 운전대와 페달 없이 운행하는 ‘사이버캡’(2인승)으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대당 가격은 3만달러(약 4000만원) 미만, 탑승 비용은 1마일당 30~40센트를 목표로 한다.
현대자동차 역시 지난 4일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와 자율주행 택시 관련 파트너십을 맺었다.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를 현대차 아이오닉5에 적용하고, 해당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인 ‘웨이모 원’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보행자 사고로 중단했던 정식 서비스를 내년 초부터 재개하고, 운임을 부과할 예정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15일 “전기차 사업의 경쟁 구도가 점차 환경규제에서 자율주행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운전자 없는 자동차의 시대가 오면 한국 배터리 회사들이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소프트웨어 구동 등으로 전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고효율 배터리가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 기업의 주력 상품인 삼원계(NCM) 배터리는 중국이 잘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비싼 단점이 있지만 에너지 효율‧밀도가 높다는 장점을 지닌다.
배터리 업계가 ‘게임체인저’로 보고 상용화에 매진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자율주행 시대 필수품이 될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한번 충전으로 1000㎞ 가까이 달릴 수 있는 고용량 배터리다. 자율주행 차의 경우 실시간으로 외부와 주고받는 정보의 양이 많아 차량 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삼원계보다 더 용량이 큰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선언하는 등 도요타와 함께 관련 기술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해 소프트웨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배터리 효율이 더 중요해지고, 고도화된 배터리 소프트웨어가 필요해진다”며 “고품질의 배터리와 BMS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