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와 비즈니스 어디쯤… ‘눕코노미’ 가능한 항공사는 어디

입력 2024-10-15 13:00
스카이카우치. 에어뉴질랜드

김모(38)씨는 해외여행이 두렵다. 지난달 항공기 일반석을 타고 독일을 다녀왔는데, 좁은 좌석과 제한된 다리 공간 등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앞 좌석 손님이 등받이를 뒤로 젖혀 공간은 더욱 비좁게 느껴졌다”며 “여행은 즐거웠지만, 장거리 여행은 꺼려진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은 비행기 좌석에서 시작한다. 특히 장거리 항공편에선 더욱 그렇다. 비즈니스 좌석 등을 이용하면 좋지만 비싼 항공료가 부담이다. 일부 승객들은 좌석 한 줄이 모두 비워져 누울 수 있는 이른바 ‘눕코노미’를 바라기도 한다.

14일 항공업계 따르면 이러한 승객의 요구에 따라 일반석을 침대처럼 사용할 수 있는 좌석을 운영 중인 항공사들이 있다.

에어 뉴질랜드는 스카이카우치 좌석을 도입했다. 일반석 3개 좌석의 다리 받침대를 올려서 넓고 평평한 소파처럼 만드는 방식의 좌석이다. 좁은 좌석에 어색하게 몸을 뻗는 대신 실제 소파에 누워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했다. 누워서 가는 것도 가능하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성인 2명도 편하게 누울 수 있다. 베개 등 침구류도 별도 제공된다.

베트남항공은 스카이소파라는 좌석을 출시했다. 일반석 좌석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옆에 빈 좌석 2개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상품이다. 즉 혼자서 일반석 한 줄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루프트한자도 슬리퍼스로우라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약 11시간 이상 장거리 항공편에서 이용 가능한 좌석으로 승객 전체가 한 줄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비즈니스석 품질의 담요와 베개, 매트리스 토퍼 등이 제공된다.

카자흐스탄의 국적 항공사인 에어 아스타나는 ‘이코노미 슬리퍼 클래스’라는 신규 좌석을 만들었다. 일반석이지만 침대처럼 누워서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좌석은 일반석과 분리된 별도의 좌석이다. 비즈니스석의 어매니티(칫솔·안대·화장품)도 제공된다.

이용료는 항공사와 노선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베트남항공은 100달러부터 시작된다. 루프트한자는 180~250달러 수준이다. 일부 항공사는 사용 인원 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혼자 예약하는 경우 동반자와 함께 이용하는 것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다만 비즈니스석에 비하면 훨씬 더 저렴하다.

항공사들이 이러한 시도를 하는 이유는 편안한 여행을 원하지만, 예산에 민감한 여행객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항공사들 사이에서 널찍한 일반석인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대세로 떠오른 것도 비슷한 이유다. 항공사 관계자는 “승객들의 요구에 따라 항공사 좌석의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다양한 좌석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