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식품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인도네시아가 수입식품에 대해 할랄인증을 의무화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최근 한국기계전기전자연구원(KTC)은 인도네시아 측과 국내 시험인증기관 중 처음으로 할랄인증 상호인정협정(MRA)을 체결했지만, 원활한 수출을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5년의 계도 기간을 마치고 오는 17일부터 할랄인증을 의무화한 할랄제품보장법을 본격 시행한다. 올해 식음료를 시작으로 2026년에 화장품, 의류, 건강보조식품, 가정용품, 사무용품 등 사실상 전 품목으로 할랄인증 의무화를 확대한다.
할랄 인증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인도네시아에 제품 수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구의 약 90%인 2억3000만명이 이슬람교도인 만큼, 인증이 없을 경우 구매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할랄 제품이 아닌 경우엔 별도 라벨링하거나 마트 내 별도 섹션에서 판매해야 한다.
CJ·농심 등 관련 대형기업들은 수출 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할랄 인증을 받았다. 다른 대형사들도 인도네시아 현지 인증기관 관계자를 한국에 초청해 인증을 받는 방식으로 준비 중이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다. 당장 17일부터 시행이지만 미처 대비하지 못한 업체가 대부분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식품업체의 64%가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허용한 국내 인증 업체가 2곳이 있지만 한 번 인증을 진행할 때마다 높은 비용으로 인해 작은 가공식품 수출업체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KOTRA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인증을 받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 1830만 루피아(한화 약 160만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에 할랄 전용 라인 구축만 1년이 넘게 소요되는데, 식품 첨가제, 실험실, 포장 등과 관련된 검사 비용이 별도로 발생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할랄 시장을 중요한 수출 시장으로 보고 수출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이날 KTC는 지난 9~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무역 엑스포 및 할랄정상회의(H20)에서 현지 종교부 및 할랄보장청과 할랄인증 상호인정에 대한 MRA를 체결하고 공식 할랄인증기관으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국내 시험인증기관으로는 최초 사례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내에서 한국 소스·조미료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만큼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슬람 국가에 식품을 수출할 때 인증 외에도 각종 서류 등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다”며 “MUI 인증보단 간소화됐지만, 할랄인증 기관들의 확대와 프로세스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