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세계 챔피언을 가리는 대회 LoL 월드 챔피언십이 17일부터 8강전에 돌입한다. LoL 월드 챔피언십은 LoL e스포츠 최고 권위 대회로 연 1회 열린다. 세계 각지에서 1년간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20개 팀이 초청장을 받았지만 이제 8개 팀만 남았다.
대회는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스위스 스테이지를 진행해 8강전에 오를 팀을 솎아냈다. 스위스 스테이지는 같은 승패를 기록한 팀들끼리 연이어 대결하는 대진 방식으로 주로 마인드 스포츠 종목에서 쓰인다.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3승을 기록하면 8강 진출, 3패를 기록하면 탈락이다.
올해도 전통 강자인 한국과 중국팀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한국 프로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대표해서 나선 4개 팀 중에서는 디플러스 기아를 제외한 3개 팀이 8강에 이름을 올렸다.
젠지는 대회 시작 3일 만에 3승을 거두고 가장 먼저 8강으로 향했다. 여유 시간을 번 김정수 감독은 “선수단이 한동안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연습실에만 있었다”면서 선수단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다른 팀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새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생명e스포츠, T1도 나란히 3승1패를 거둬 8강에 합류했다. 한화생명은 젠지에 한 차례 졌을 뿐 동남아, 유럽, 북미팀들을 잡아내 3승을 쌓았다. 최인규 감독은 “아직 팬분들께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8강전부터는 더 잘 준비해서 한화생명이란 이름에 걸맞은 경기를 펼쳐 보이겠다”고 말했다.
전년도 챔피언이기도 한 T1은 중국팀에 지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다음 경기에서 브라질팀 상대로 대승을 거두면서 이내 정상 궤도로 복귀했다. 이후 우승 후보로 꼽히는 중국 비리비리 게이밍과 함께 유럽 최강 G2 e스포츠를 내리 꺾고 3승을 달성했다.
디플러스 기아는 대진운에 웃다가 울었다. 이들은 첫 두 경기에서 비교적 약체로 꼽히던 유럽, 북미팀을 만나 빠르게 2승을 쌓았다. 하지만 이후 중국팀들만 만나면서 내리 3연패를 당해 탈락했다. 이재민 감독은 “무엇보다 제가 부족했다. 응원을 보내주신 팬분들께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건 중국이다. 리그 대표로 나선 4개 팀이 전부 8강에 올랐다. 북미에서도 1개 팀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개최지이기도 한 유럽에선 단 한 팀도 8강에 오르지 못했다. 3개 팀이 출전했으나 각각 2승3패, 1승3패, 0승3패로 탈락해 안방에서 남의 집 잔치만 열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스위스 스테이지가 열린 독일 베를린 라이엇 게임즈 아레나는 창고형 스튜디오를 개조한 e스포츠 경기장이다. 200여 명을 수용한다. 선수들의 경기석과 객석 간 거리가 가깝고 서로를 마주 보는 구조여서 소극장 같은 인상을 준다. 이곳에서 10일간 열띤 응원을 보내준 유럽 현지 팬들로서는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8강전은 프랑스 파리 아디스 아레나에서 열린다.
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베를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