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다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들이 호황을 누리고 거리의 나뭇잎은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는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이지만 N포세대에게 연애, 결혼은 여전히 불황 시대인 것이 현실이다. Z세대(1996년생~2009년생)에게 ‘삶에서 없어도 되는 것’을 물었을 때 ‘연인, 애인’을 꼽은 응답자가 4명 중 1명(24.5%)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행복하고 건강한 사랑을 꿈꾸는 청년들일수록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다. 교회가 이에 응답하듯 크리스천으로서의 연애와 결혼을 준비할 수 있도록 2030세대 성도들을 위한 자리를 끊임없이 마련하는 이유다.
실제로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왕십리교회(맹일형 목사), 신반포교회(홍문수 목사),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 안산동산교회(김성겸 목사) 등 10~11월에 청년들을 위한 데이트학교, 결혼예비학교를 개강하는 지역 내 많은 교회들이 수년째 연애와 결혼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나누고 성경적 본질을 제시해 왔다.
담임 목사나 청년부 담당 목사가 직접 강의에 나서는 교회도 있고, 전문 강사를 초빙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음 달 결혼예비학교(22기, 3주 과정)와 데이트학교(7기, 4주 과정)를 진행하는 삼일교회는 정연득 서울여대 교수, 강진아 도봉구가족센터장 등 전문가들의 강연을 마련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신혼부부 싸움 실습’ ‘슬기로운 쀼(부+부)의 재정’ ‘스킨십 할 때 무슨 생각해요?’ 등 제목에서 드러나듯 강의를 통해 현실적인 조언을 제시해주는 게 핵심이다.
신반포교회에선 지난 12일부터 결혼예비학교(35기)가 진행 중이다. 출석 성도가 아니더라도 ‘청년’ ‘예비부부’ ‘신혼부부’에 해당한다면 수강할 수 있다. 성도가 아닌 수강생 중 대다수는 신반포교회 교인과 결혼을 앞둔 이성으로, 결혼예비학교를 수강한 뒤 교회에 정착까지 한 사례도 있다.
교회 가정사역위원회 담당인 박기쁨 목사는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정을 꼭 합쳐야 하냐’는 예비부부들의 질문이 적지 않았다”며 “청년들의 실질적 고민을 결혼예비학교 과정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엔데믹을 거치는 동안 건강한 소통, 관계 맺음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을 돕고자 하는 교회의 고민도 깊어졌다. 크리스천 연애결혼 전문가 김숙경 사랑연구소장은 “가정 학교 등 일상적 공간에서 관계와 소통을 전문적으로 배울 기회가 어렵다보니 당연히 연애와 결혼으로 이어질 확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과거에 비해 강의 요청이 부쩍 많아진 것은 물론 1회성이 아니라 3~4회간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훈련을 요청하는 교회가 늘었다”고 전했다.
교회가 이 같은 준비를 하려고 할 때 염두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김 소장은 “교회 내 청년들이 봉사와 헌신을 잠시 내려놓고 건강한 소통 능력과 관계를 회복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게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애·결혼학교 후 교회 내 소그룹 모임을 통해 건강한 소통문화가 지속되도록 이끄는 것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크리스천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을 준비하며 마음에 새겨야 할 체크리스트도 소개했다. 그는 연애에 있어 ‘건강한 자아상을 확립할 것’ ‘유연성을 갖고 다양한 만남에 임할 것’ ‘소통의 기술을 읽힐 것’을 세 가지 포인트로 꼽았다. 그러면서 특히 “관계맺음에 있어 유연성을 발휘하기 위해 포용과 수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건강하고 행복한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부모로부터의 건강한 독립’ ‘책임감, 헌신, 존중할 결심’ ‘마련한 뒤 결혼이 아니라 살면서 함께 마련한다는 마음가짐’을 핵심으로 제시했다.
결혼 후 건강한 가정과 부부 관계를 위한 돌봄에 나서는 교회들도 늘고 있다.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의 경우 목회자와 전문 강사진이 매달 번갈아가면서 신혼부부 세미나를 진행한다. 한 번은 김근영 목사와 이나은 사모가 강사로, 다른 달엔 전문가를 초청해 부부 성장 코칭을 진행하는 식이다.
김 목사와 이 사모가 주도하는 세미나는 자녀 유무에 따라 올해부터 둘로 나뉜 신혼부부 교구별로 진행된다. 김 목사는 “자녀가 있는 부부와 없는 부부들의 갈등과 관심사는 전혀 다르다”며 “신혼 부부 세미나도 별도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기영 이현성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