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9년 만에 평양서 메이저 탁구대회 유치…왜?

입력 2024-10-14 15:21
북한의 리정식(왼쪽)-김금영 조가 지난 12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2024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 결승전에 나서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북한이 이례적으로 두 개의 메이저 탁구대회를 유치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북한 탁구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국제대회 개최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탁구계에 따르면 북한 평양은 지난 12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아시아탁구연합(ATTU) 총회에서 2026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와 2028년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최지로 확정됐다. 북한 측이 ATTU에 대회 유치 희망의사를 전달하고, AATU가 만장일치로 개최를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탁구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ATTU 측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북한이 먼저 대회 유치 의사를 내비친 것에 크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북한은 2028년 아시아선수권을 정상 개최하면 무려 49년 만에 메이저 탁구대회를 열게 된다. 북한은 1976년과 1979년 평양에서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을 개최했다. 이후로는 다른 종목을 통틀어도 언급할 만한 국제대회를 유치한 적이 없다.

더구나 북한은 최근까지도 국제대회 참가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지난해 강원도 평창에서 아시아탁구선수권이 열렸을 때도 초청을 받았지만 대회 참가로 이어지진 않았다. 북한의 태도가 바뀐 건 탁구 종목의 성적이 꾸준히 나오면서 인기가 치솟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북한은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에서 김금영-리정식 조가 은메달을 따냈다. 전날 막을 내린 아시아탁구선수권에선 김금영이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북한 선수가 아시아선수권 단식에서 우승한 건 남녀 통틀어 최초였다.

탁구계 한 관계자는 “북한에선 탁구가 축구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가 많은 스포츠라고 한다. 엄청난 탁구 인기가 국제대회 개최 희망에 영향을 준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회 성공 개최를 통해 내부 경제 상황의 호전세를 전 세계에 알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2개의 대회를 동시에 유치한 것은 2026년 주니어 대회에서 사전점검을 거쳐 2028년 성인 대회를 성공 개최하려는 의도를 둔 거라 본다”며 “북한이 국제대회를 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북한이 탁구대회를 개최하면 한국 선수들도 참가하게 될 전망이다. 아시아선수권은 세계선수권의 예선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아시아선수권은 내년부터 세계선수권처럼 단체전과 개인전을 분리해 매년 개최된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열린 메이저 탁구대회에 남북 선수들이 모두 참가한 사례는 없다. 북한은 지난해 평창아시아선수권에 이어 올해 초 부산세계선수권에도 불참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