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마! 주인 없는 전동킥보드’
도로·인도 위를 제집 안방처럼 나뒹구는 ‘무법자’ 전동킥보드가 강적을 만났다. 광주 남구가 지자체 최초로 전담반을 꾸려 즉각 견인하고 있다.
광주 남구는 “지난 7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전동킥보드 단속반이 쏠쏠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단속반은 그동안 70여 대의 전동킥보드를 강제 견인해 100여만 원의 과태료를 해당 대여업체에 부과했다.
가까운 거리를 오가는 데 유용한 전동킥보드는 간편하고 빠른 친환경적 이동수단으로 젊은 층의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주차로 인한 교통안전 문제와 관련 제도·인프라 미비에 따른 부작용도 적잖다.
대여업체로부터 잠시 빌려 사용한 후 도로 한복판이나 인도 중간에 무작위 방치해 보행 불편은 물론 크고 작은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갓난아기를 실은 유모차와 장애인 휠체어 앞길을 가로막고 점자 보도블럭을 차단하는 등 교통약자를 위협하는 일도 잦다.
남구는 아무 곳에나 방치 중인 전동킥보드에 대해 신속한 수거를 통보한 이후 대여업체가 20분~1시간 이내 응하지 않으면 단속반이 즉각 강제 견인해 1대당 1만5000원의 견인료와 함께 별도 보관료를 부과하고 있다.
4명으로 구성된 단속반은 주·정차 금지 교차로, 횡단보도, 버스정류장, 건널목 등을 우선으로 보행 안전과 사고 예방 차원에서 대여업체들을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
초등학교 주변 등 어린이보호구역 등 5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은 20분, 차량 진출입로와 상가 앞 등에는 1시간의 자진 수거 시간을 부여한 후 대여업체가 이행 하지 않으면 즉각 견인한다.
남구는 과태료 수익보다는 신속한 수거 이후 교통여건이 개선됐다는 호의적 여론이 확산되자 고무적인 분위기다.
이를 토대로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많은 학원가와 대학 주변에 전용 주차구역과 노면 주차선 표시를 단계적으로 늘려 무단 방치를 예방하는 데도 주력하기로 했다.
상급기관인 광주시는 남구 견인 조치 정책을 우수사례로 판단하고 나머지 4개 자치구도 이를 서둘러 도입하도록 권장한다는 계획이다.
주민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보행자와 운전자 가릴 것 없이 “대낮도 그렇지만 어두운 야간에는 걷거나 운전하다가 깜짝 놀란 적이 한 두 번 아니다“며 “볼썽사납고 위험한 전동킥보드를 재빨리 수거해주고 단속도 강력히 한다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반기고 있다.
주로 대학생 등·하교와 청소년 나들이를 위한 개인형 이동장치(PM)인 전동킥보드는 운전 부주의로 중심을 잃고 갑자기 넘어지거나 차량과 충돌하는 자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현실이다.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광주에서만 총 359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403명이 다치는 인명피해를 입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인 것으로 파악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전기를 동력으로 한 개인형 이동장치는 만 16세 이상 취득 가능한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 이상 면허가 있어야 운전할 수 있도록 했다. 무면허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범칙금 10만 원이 부과된다.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운전할 경우에도 부모 등 보호자가 역시 1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그런데도 광주지역 5곳의 대여업체는 전동킥보드를 빌려주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면허 인증 절차를 소홀히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무질서한 전동킥보드 주차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한 교통환경을 만들기 위해 나선 것”이라며 “자율적 반납 등 이용수칙을 준수하는 문화가 하루빨리 뿌리를 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