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IDF)이 레바논에 주둔 중인 유엔 평화유지군 ‘블루 헬멧’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블루 헬멧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국경인 ‘블루 라인’을 지키고 있다. IDF는 레바논을 근거지로 삼는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블루 헬멧이 “블루 라인에서 철수하라”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무력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와 프랑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은 이날 블루 헬멧으로부터 IDF 탱크가 부대 정문을 부수고 강제 진입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대해 IDF에 해명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은 레바논 남부 라쿠라의 블루 헬멧 지휘부와 인근 지역이 최근 며칠간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았으며 IDF가 벙커 외부 감시카메라에 총을 쏴 망가뜨리는 등 고의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부터 지금까지 다친 블루 헬멧 대원은 5명이다.
앞서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레바논과 전투지역에 주둔 중인 블루 헬멧 대원들이 헤즈볼라의 인질이 됐다며 당장 철수시키라고 요구했다. 안드레아 테넨티 블루 헬멧 대변인은 전날 AFP통신에 “이스라엘이 블루 라인상 현 위치에서 철수할 것을 요청했지만 우리는 만장일치로 현 위치에 머무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블루 라인은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전쟁 이후 같은 해 유엔이 그은 양국 간 국경으로 1만명가량의 블루 헬멧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블루 헬멧에 자국군을 보낸 세계 40개국은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역내 긴장이 고조되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블루 헬멧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블루 헬멧에 대한 IDF의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폴란드가 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공유한 이 성명문에는 한국도 서명했다. 이스라엘의 뒷배로 꼽히는 미국조차 IDF의 블루 헬멧 공격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전날 로이드 오스틴 장관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통화하며 “IDF가 블루 헬멧 진지를 겨냥했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