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작품 사라지고 홈피 폐쇄… 미술품 조각투자 날벼락

입력 2024-10-13 19:00

경기 파주시에 사는 정모(54)씨는 지난해 7월 지인으로부터 미술품 조각투자를 권유받았다. 미술품 조각투자는 유명 작품에 투자한 뒤 작품가격이 상승하면 수익금을 나눠 갖는 일종의 재테크 상품이다.

정씨가 투자를 권유받은 A사는 유명 가수의 미술작품에 투자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A사 대표 역시 업계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었다. 정씨는 “작품이나 대표자 모두 믿을 만한 곳이라고 생각해 그림 30여점에 약 400만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씨는 몇 달이 지나도 투자 수익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정씨가 수소문한 결과 그가 투자한 작품은 지난 5월 이미 작가들에게 반환된 상태였다. 마치 A사가 작품을 직접 소장하고 있는 것처럼 속여 투자자를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작가들도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가 투자했던 작품을 돌려받은 작가 노모씨는 “작가들도 수익금을 받지 못해 작품 반환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A사에 작품을 맡겼던 박모씨는 “작품을 투자상품으로 등록할 때 작가들에게도 주변인을 통해 일정 금액을 투자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피해 금액은 2000만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 일부 투자자와 작가들은 A사를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 4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소했다. 박씨는 “그림 투자와 관련된 금융거래를 A사 홈페이지를 통해 하도록 만들었지만 지난 6월부터 이 홈페이지마저 폐쇄해 투자 원금도 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술품 조각투자 사기 사건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조각투자 갤러리에서 900여만원을 가로챈 일당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피해 규모가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갤러리K’ 사건도 수사 중이다. 갤러리K라는 업체는 미술품을 구매하면 연 7~9%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았지만 수익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술품 조각투자가 다단계 금융 사기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술 분야 금융 상품의 역사가 짧은 데다 정확한 데이터도 없는 상황을 악용한 범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병국 법률사무소 번화 변호사는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미술품 투자 업체가 투자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지, 대면 소통창구가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