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가치 대신 ‘행복’을 ‘갈망’하다
올해 8회째를 맞은 한국기독교영화제는 2016년 ‘한국기독교단편영화제’로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영화와 영상으로 기독교적 메시지를 전하는 크리스천 인재를 발굴해 왔다. 5회 때부터 한국기독교영화제로 발돋움하며 문화선교의 장으로 확장을 시도해 온 KCFF는 올해 ‘행복’(전 2:24)을 주제로 공모전을 열었다.
특히 지난해부턴 대상 수상자에게 할리우드에 체류하며 1대1 멘토링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영화인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성혜 공동위원장은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3배 많은 작품들이 출품돼 놀랐다”며 “행복이란 주제를 성경적 본질과 함께 녹여낸 작품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너머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한 서울국제사랑영화제는 21회째를 맞은 올해 ‘갈망’을 주제 삼았다. 인공지능(AI)의 등장과 함께 가치혼돈의 시대를 겪고 물질을 최우선 가치로 떠받드는 세태가 지속되면서 옅어져가는 ‘생명’ ‘평화’ 등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해보기 위해서다.
의미와 재미를 온기에 담다
SIAFF의 개막작은 다음 달 국내 개봉을 앞둔 ‘저니 투 베들레헴’(감독 아담 샌더스)이다. 기독교 영화중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뮤지컬 장르이자 ‘기독교판 라라랜드’로 불릴 정도로 대중성을 띈 작품이다. 성현 부집행위원장은 “크리스천들에게 익숙한 예수 탄생의 서사를 각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고뇌, 두려움과 혼란을 노래와 춤으로 해석한 작품”이라며 “할리우드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헤롯으로 출연하고 높은 수준의 곡들이 풍성한 재미를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15일부터 엿새 동안 열리는 영화제엔 4개의 섹션에서 12편의 장편, 2편의 단편 영화가 상영시간표를 채운다. 아가페 초이스 섹션에는 대한민국 1세대 조경가 정영선 교수의 철학과 삶을 다룬 ‘땅에 쓰는 시’(감독 정다운) 일본의 외딴 섬 시키나지마에서 20년 동안 홀로 의료를 책임져 온 의사 코토와 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닥터 코토 진료소’(감독 나카에 이사무) 등 4편, 필름포럼 섹션에는 아이의 장애 판정과 함께 오직 장애아이의 엄마라는 정체성으로만 규정받게 되는 주인공을 통해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을 조명한 ‘그녀에게’(감독 이상철) 구조조정, 희망퇴직, 정리해고라는 어려운 문제를 감독 스스로 4년 6개월간 현장에서 일하며 겪었던 경험담을 토대로 제작한 ‘해야 할 일’(감독 박홍준) 등 3편이 상영된다.
롱테이크 기법을 통한 명상적 영상으로 역사상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꼽히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1932~1986) 감독과 동유럽 예술영화계를 대표하는 폴란드 출신의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1941~1996) 감독의 특별전도 기대를 모은다. 성 부집행위원장은 “넓이(동시대성)와 깊이(예술성)의 조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 고민했다”고 했다.
24일부터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KCFF에서는 5편의 초청작과 7편의 공모작이 스크린 위에 오른다. 개막작인 ‘사운드 오브 호프’(감독 조슈아 바이겔)는 텍사스 동부 지역 작은 교회에서 사역 중인 마틴 목사와 그의 아내 모나가 입양이 가장 어려웠던 어린이 77명을 22곳의 가정에 입양시키는 과정을 실화바탕으로 그렸다.
이외에도 마다가스카르에 도서관을 세운 사진작가 신미식이 작곡가 장태화와 함께 현지 아이들과 우쿨렐레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마다가스카르 뮤직’(감독 정초신), ‘죽음 뒤에 무엇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만나는 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담은 ‘더 케이스 포 헤븐’(감독 마니산도발) 등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관람을 넘어 경험을 누리다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와 오감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무장한 4DX영화관, ‘영화 티켓 한 장 값이면 수개월 치 무제한 이용권을 얻을 수 있다’며 손 안의 작은 영화관으로 시선을 묶어 두려는 OTT(Over the top) 서비스는 소비자의 선택지를 양축으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두 영화제가 제시해 온 서사는 전에 없던 경험의 장으로 선택의 폭을 넓힌다.
KCFF에선 영화인들의 눈을 번뜩이게 할 전문가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영화와 음악. 그리고 복음’을 주제로 진행되는 영화인 세미나에는 ‘캐리비안의 해적’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 대작에 참여한 할리우드의 스티븐 오(Stephen Oh) 감독, 그래미 어워드 노미니 매트 브론리위(Matt Bronleewe) 프로듀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이자 영화시나리오 작가 에릭 윌슨(Eric Wilson), ‘제자 옥한흠’의 김상철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분 노미드 하정완 목사가 참여한다.
올해 처음 시도하는 KCFF 문화페스티벌은 기독교 영화에 대해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무비존, 플레이존, 미니 상영회, 빈백 상영관, 포토존 등 일반 대중들에게도 매력적인 축제의 장을 준비해 자연스럽게 기독교 문화와 복음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작품 수를 줄이고 작품간 시차를 늘려 영화 상영 후 관객과 소통하는 비중을 높였던 SIAFF는 올해도 다양한 씨네 토크(Cine talk)를 마련했다. 특히 폐막작인 ‘프로이트의 라스트세션’에는 연극 ‘라스트세션’에서 C.S 루이스 역을 맡았던 이석준 배우,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를 제작한 추상미 감독이 씨네 토크에 나선다. 성 부집행위원장은 “관객들이 무신론과 반기독교적 사상이 늘어가는 시대 속에서 기독교 신앙이 줄 수 있는 지혜와 성숙에 대해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제가 끝나고도 상영작들과 영화제에서 다룬 주제를 참조해 성도들이 교제를 나눌 수 있는 레퍼런스를 마련하는 것에도 중점을 뒀다. 성 부집행위원장은 “상설영화관인 필름포럼을 운영할 때, 늘 듣는 질문이 ‘교회에서 어떤 영화를 보면 좋은가’에 대한 것이었다”며 “실제로 좋은 영화는 성도들의 신앙을 확장하는 데 큰 유익을 준다”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