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멘토링, 학교밖 아이들 돌봄… 컴패니언 사역 전영상 대표

입력 2024-10-13 15:02
전영상 공간이야기 대표. 사진=신석현 포토그래퍼

“청년세대 다음세대는 항상 우리보다 훌륭해요. 더 발전적이고 더 좋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만일 부족해 보인다면 그건 기성세대의 잣대예요. 우리의 편견인 거죠. 기성세대는 미래세대가 시행착오를 줄이고 방황 시기를 단축할 수 있도록 디딤돌 놓는 것에 먼저 주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전영상(73) 공간이야기 대표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청소년학원선교회 회장을 역임했다. 2012년 선교회 회장 시절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멘토링해 돕는 사역인 ‘컴패니언’을 시작했다. 컴패니언은 영어로 동반자, 친구란 뜻이다. 멘티는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출신은 물론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아이들이 대상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멘토를 연결해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거나 사회에 나갈 때까지 만남을 유지한다.

멘토는 대학생, 회사원, 강사, 사회복지사 등이 맡았다. 멘토가 되려면 우선 양성 과정 16시간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멘토 서약서, 담임목사 추천서, 범죄조회 동의서 등을 제출한다. 멘토는 무엇보다 멘티 아이들의 가치관, 자존감, 내면의 변화 등을 끌어내기 위해 오래 참고 기대려 줄 수 있도록 신뢰 관계를 형성할 의지가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멘티로 선정되면 아이들은 동성의 멘토 선생님과 1대1로 한 달에 최소 2번 이상 만남을 가졌다. 혼란기의 십대 청소년들에게 멘토들의 경험과 지혜를 제공하면서 장기적으로 관계를 이끌어 첫 대학 등록금을 제공할 때까지 삶 자체를 이끌어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세계선교센터에서 만난 전 대표는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고민하다가 장학금을 전하는 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것보다는 실질적이고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 멘토링을 구체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물질을 넘어 관계 그 자체를 나누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지만, 수년에 걸쳐 90여명의 멘티가 120여명 멘토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그러던 가운데 전 대표는 학교밖 아이들에게 더 집중하게 된다. 서울 구로구의 한 상가에 상담 시설을 설치하고 학교와 가정에서 말썽꾸러기로 찍혀 겉도는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돌보기 시작한다.

“담배 피우는 아이들에게 상담을 조건으로 모이게 했습니다. 전문 상담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 다음으로 부모님을 싫어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보다 부모님이 문제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학교밖 아이들의 엄마들로 상담을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엔 이 아이들과 함께 ‘80일간의 세계일주’란 제목의 80m 벽화 작품을 함께 그렸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상담 시설은 중단됐지만, 재개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전 대표는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지하철 발전소 건설 등의 일을 했다. 10여년 전에는 초중고 교육 시설 리모델링 업체인 공간이야기를 창업해 대표직을 맡고 있다. 30대 대기업 직장인이던 시절 조용기 목사의 말씀을 통해 회심하게 된 그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직을 은퇴한 지금도 청소년학원선교회의 고문직을 맡고 있다. 전 대표는 스스로 학창시절에 대해 “울퉁불퉁했다”고 표현했다. 교실보다는 당구장이 친근했었다는 그는 “아이들을 믿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기 삐뚤어진다고 벽안시하고 낙오자 취급하는 건 안 됩니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생각하는 크리스천들부터 다음세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을 나눴으면 합니다. 기성세대가 다음세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감춰진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재능 자질 소질 적성 열정 꿈을 찾아서 실천에 옮기도록 돕는 일을 계속했으면 합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