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로수 메모리 게임, 너무 재미있어요!” [제1회 나무포럼]

입력 2024-10-13 14:07 수정 2024-10-13 16:47

“이거 뭐지? 돈나무여야 돼. 제발. 앗, 꽃댕강나무잖아!”
“이건, 이건, 매화나무! 와, 맞췄다!”

제주 한라생태숲 야외 마당에 70대 할머니와 9살 손자가 마주 앉았다. 처음 만난 이모와 형도 게임 주자로 등판했다. 테이블에 50여장의 카드가 깔리고, 치열한 기억력 대결이 시작됐다.

방식은 간단하다. 카드를 모두 섞은 후 10초 동안 위치를 기억하고 다시 카드를 뒤집은 뒤, 순서에 따라 카드 2개를 선택해 같은 그림을 맞추면 된다. 그림이 다르면 다시 뒤집어 놓어야 하고, 카드를 더 많이 가져간 사람이 이긴다.

가로수 메모리 게임 카드에는 제주도에 식재된 가로수 38종이 그려졌다. 같은 나무를 전체 모양과 잎 모양 두 가지 형태로 그렸다. 문정임 기자

카드에는 제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로수 38종이 그려졌다. 참가자들은 게임을 즐기는 동시에, 무심코 봐왔던 가로수의 이름을 알게 됐다. 같은 나무라도 전체 모습과 잎 모양 두 가지 형태로 그려져 가로수의 실제 모습을 더 잘 알 수 있었다.

손자와 게임에 참여한 우해련(73)씨는 “메모리 게임을 평소 집에서 자주 하는데, 가로수 그림으로 해 보긴 처음”이라며 “너무 즐겁고, 나무의 이름까지 알게 돼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완연한 가을 날씨 속에 제1회 나무포럼 2부 행사가 진행됐다. 행사장이 마련된 한라생태숲 원형 광장에는 주말 나들이에 나선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600여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현장에는 가로수 메모리 게임을 비롯해 곤충 교실, 큰오색딱따구리 오토마타 제작, 식물 치유, 요가 ·싱잉볼 명상 등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 부스가 꾸려졌다.


여러 종류의 허브 식물로 스머지 스틱을 만드는 식물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문정임 기자

식물 치유 부스에는 행사 시작부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참여를 신청했다. 참가자들은 로즈마리·세이지·오데코롱·레몬밤 등 허브 식물의 향을 맡아 보고, 스머지 스틱이나 삽목 화분을 만들었다.

스머지 스틱은 인디언들이 의식을 치르거나 축복을 내릴 때 불에 태워 향을 피우던 말린 허브 스틱이다. 완성된 스틱에는 각자 소망을 적은 종이 태그를 달았다.

제주 여행 중 생태숲을 찾은 김정민(39)씨는 “초등학생 아들이 참여했다. 서울에선 식물을 손으로 직접 만지며 가까이 접할 기회가 적다”며 “숲이 풍성한 곳에서 식물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니 더 힐링하는 기분이 든다”고 즐거워했다.

곤충 교실에서 아이들이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관찰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한 어린이가 큰조롱박이먼지벌레를 카메라로 찍고 있다. 문정임 기자

딱정벌레 달리기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아이들이 줄을 서 있다. 제주도 제공

곤충 교실에는 아이들이 우르르 몰렸다. 제주에 사는 곤충 30여종을 직접 눈으로 관찰했다. 장수풍뎅이 애벌레는 손으로 만질 수 있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곤충을 촬영하거나, 이름을 검색하면서 곤충에 대해 알게 된 지식을 서로 뽐냈다.

장예준(9) 군은 “장수풍뎅이를 좋아하는데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태어나서 처음 만져 봤다”며 “생각보다 컸고, 1년 동안이나 애벌레로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곤충 교실에선 차가운 곳을 찾아 한라산 백록담까지 올라간 산굴뚝나비 도안 색칠하기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딱정벌레 달리기 대회에도 많은 아이들이 참여했다.


제주도 새를 알리기 위한 큰오색딱따구리 오토마타 만들기 체험과 몸의 이완을 위한 인요가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제주도 제공

큰오색딱따구리 오토마타 만들기 체험도 이뤄졌다. 아이들은 큰오색딱따구리가 제주도 새인 것을 알고, 대형 캐릭터 인형과 만나는 시간도 가졌다.

생태숲 파고라에선 스트레칭과 근육 이완에 중점을 둔 인요가를 체험하고, 싱잉볼을 들으며 명상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이날 나무포럼 2부 행사 프로그램 참여객에게는 빨간 열매를 맺는 자금우 묘목과 텀블러 가방을 증정했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11일 나무포럼이 도시 녹지정책의 방향에 대해 전문가 제언을 듣는 자리였다면, 12일 2부 행사는 자연을 느끼고 알아가는 시간”이라며 “제주도는 많은 도민이 제주도의 녹지정책에 참여하고 동시에 자연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1회 나무포럼은 제주도 주최·제주국제컨벤션센터 주관·서부지방산림청 후원으로 열렸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