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형마트 전성시대 옛말…5년간 5곳 문 닫아

입력 2024-10-13 11:46 수정 2024-10-14 08:45

광주지역 대형마트가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인구감소와 도심 공동화, 전자상거래 플랫폼 시장 확대 등 삼중고를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13일 광주 유통업계에 따르면 부지면적 1만 1830여㎡, 연면적 2만 7260여㎡ 규모의 홈플러스 광주계림점이 올해 말 문을 닫는다.

광주계림점은 2004년 상무지구로 청사를 옮긴 전 광주시청 건물과 부지를 사들여 2007년 12월 영업을 시작했다. 광주지역 홈플러스 매장 3곳(2002년 동광주점, 2007년 하남점) 중 가장 늦게 개점했다.

광주역과 가까운 옛 도심 한복판인 데다 2021년 4월 경쟁점포인 인근 이마트 동광주점이 영업을 중단한 이후 동구의 유일한 대형마트로 그동안 영업 활성화를 꾀했다.

1층 식품매장, 2층 가정용품 매장, 3층 먹거리 장터, 4~5층 주차장으로 계림동 상권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시장 급성장과 소비패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18년여 만인 12월 6일 폐점하게 됐다. 홈플러스 광주계림점은 광주 한 부동산 개발회사가 마트 건물을 철거하고 주상복합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465억 원에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는 광주계림점과 함께 부지면적 1만2210㎡, 연면적 4만 8170㎡ 규모인 순천풍덕점도 폐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빠른 배송 시스템을 전제로 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한 데 비해 인건비, 관리비 등 고정비용은 많이 늘어난 점이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광주 최대 상권으로 통하던 충장로와 금남로 등이 위치한 동구는 대형 마트가 한 곳도 없는 지자체가 됐다.

KTX 순천역과 승용차로 3분 거리인 순천역세권인 오천·연향·풍덕 지구 등의 상권도 대형마트 전성시대의 종말을 고한 셈이다.

광주에서는 2019년 이마트 상무점을 시작으로 동광주점, 롯데슈퍼 진월점과 첨단점 등 5년 사이 5곳의 대형마트가 유지비용 상승과 매출감소가 겹쳐 간판을 내렸다.

그 사이 145만 9600여 명(2019년 9월)이던 광주 인구는 141만1300여 명(2024년 9월)으로 5만 명 가까이 내려앉았고 광주역, 충장로, 금남로 등 옛 도심 공동화는 가속화됐다.

광주는 6대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대형 쇼핑몰은 물론 코스트코, 트레이더스, 이케아 등 창고형 할인매장이 한 곳도 없는 곳이다. 그동안 비수도권 도시 가운데 대형마트 진출이 가장 경쟁적으로 이뤄진 지역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불과 20여년 만에 대형마트가 줄지어 문 닫는 ‘무덤’ 신세로 전락했다.

점포 효율화를 명분으로 폐점한 대형마트는 2019년과 비교할 때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기준 전국에서 35곳에 달했다. 이 중 경쟁력을 잃고 영업을 중단한 대형마트 5곳이 광주에 몰려 있는 셈이다.

대형마트 3사 점포 수는 2019년 6월 407개에서 지난 5월 기준 이마트 131곳, 홈플러스 130곳, 롯데마트 11곳 등 372곳으로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9% 성장해 처음으로 오프라인 유통 매출액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했다.

광주 대형마트 한 점장은 “다변화한 소비자 요구와 디지털 전환 등 유통시장 변화에 맞춰 자체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생존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라며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 특화매장 확대로 승부를 걸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