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수가 물에 잠겼다… 사하라 사막 50년 만에 폭우

입력 2024-10-13 08:21 수정 2024-10-13 13:17
모로코 남동부 라치디아 인근의 소도시에 폭우가 내리면서 야자수가 물에 잠겨 있다. AP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사하라사막 지대에 50년 만에 이례적인 폭우가 내려 홍수가 났다. 모로코의 사하라사막은 전 세계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모로코 남동부 지역에서는 이틀 동안 연평균 강수량을 웃도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가 발생했다.

이 홍수로 18명이 사망했고, 9월 내내 이어진 강우로 남동부 지역 댐의 저수량이 기록적인 속도로 불어나기도 했다.

모로코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 라바트에서 남쪽으로 약 450㎞ 떨어진 알제리 국경 인근의 타구나이트 마을에서는 24시간 동안 100㎜ 이상의 강우량이 관측됐다.

모로코 남동부 사막에 내린 폭우로 모래언덕 사이에 물웅덩이가 형성됐다. AP연합뉴스

모로코 기상청 관리인 후사인 유아베브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많은 비가 그렇게 짧은 시간과 공간에 집중된 것은 30~50년 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상학자들이 온대 폭풍으로 부르는 이런 폭우는 앞으로 몇 달, 몇 년에 걸쳐 이 지역의 기상 조건을 바꿀 수 있다”며 “공기 중에 수분이 많아지면서 수분 방출이 늘어나고 더 잦은 악천후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하라사막은 전체 면적이 940만㎢로, 아프리카 북부와 중부, 서부의 12개 나라에 걸쳐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막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늘어나면서 사하라사막이 있는 대부분의 국가는 지난 몇 년 동안 반복적인 가뭄을 겪어 왔다. 과학자들은 향후에도 사하라사막에 이번과 유사한 기상이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로코 남동부 라치디아 인근의 소도시에 폭우가 내리면서 야자수가 물에 잠겨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셀레스테 사울로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물순환의 변화가 점점 더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난화로 인해 물순환 주기가 빨라졌고, 더 불규칙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우리는 물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그런 문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