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동물·데이터 구축·시민 참여…도시숲을 늘릴 때 고민해야 할 것들[제1회 나무포럼]

입력 2024-10-12 22:02 수정 2024-10-14 10:17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장이 11일 오후 제주썬호텔에서 '2024 제1회 나무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바람직한 도시숲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제주도가 마련한 ‘2024 제1회 나무포럼’에서 도시숲 확대 과정에 반영돼야 할 요건에 관한 전문가 제언이 쏟아졌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장은 11일 제주썬호텔에서 열린 나무포럼 1세션 ‘국내 도시숲 조성 사례와 제주 적용 방안’ 주제 발표에서 “기후 위기와 도시화는 도시숲의 중요성을 계속 증가시킬 것”이라며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도시숲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도시에는 나무의 생장을 위협하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이 있다”며 “나무의 건강성 증진을 위해 토양·미생물·식수대 규모 등 식재기반 조성·관리에 대한 연구가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토양 개량제의 종류와 사용량을 결정하고, 적정 토양 부피를 산정하는 등 가로수 건강성 증진을 위한 노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또 “미국 대도시 35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도시 녹지가 증가하면 노인 사망률이 크게 줄어든다는 결과가 있다”며 “도시숲의 기후적 효과뿐만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사망률에 끼치는 영향, 식재 방식에 따른 효과성 비교, 우선 조성해야 할 지역에 대한 문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접근해야 효율적인 도시숲 정책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11일 제주썬호텔에서 열린 제1회 나무포럼에서 최진우 가로수시민연대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시민 참여를 통해 도시숲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최진우 가로수시민연대 대표는 ‘도시숲 정책이 나아갈 방향’ 주제 발표에서 “나무를 크게 키워 수관 폭을 넓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나무가 쉽게 잘리고, 과도한 가지치기가 이뤄지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도시숲(가로수) 조성·관리위원회 등 정책 결정 기구에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며 “행정기관은 전문가 참여를 충분히 듣고 있다고 하지만, 전문가 의견은 행정에 협조적인 기술적 자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최 대표는 또 “뉴욕시는 시민들이 가로수 관리의 출발점인 나무 조사와 자료 구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가로수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제주에서도 가로수 조사, 모니터링, 청소, 가드닝, 인문콘텐츠 구축 등 다양한 가로수 관리 분야에 시민을 적극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병권 도시생태연구소장이 도시숲의 이해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은 ‘도시숲의 이해와 중요성’ 주제 발표에서 “녹지공간이 확대되면 곤충이나 새 등 야생 동물과 해충도 늘어나게 된다”며 “우리가 도시숲을 늘려갈 때 자연스럽게 동반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너구리나 까마귀, 비둘기, 매미 등 특정 생물이 도시에 급증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며 “도시에 녹지를 늘리는 노력과 함께, 지구가 인간만을 위한 서식 공간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고, 더불어 공존을 위한 조절 기능이 같이 작동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소장은 또 “식물군으로만 조성된 곳보다 야생 동물이 공존하는 녹지공간에서 나무와 토양의 탄소 저장량이 더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목적으로 도시숲을 조성한다면 종다양성에 관한 부분을 고려해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무포럼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도시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고, 제주도가 핵심적으로 추진 중인 도시숲과 정원도시 정책의 효과적인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주관하며, 서부지방산림청이 후원한다.

올해는 ‘도시와 숲, 그리고 사람’을 주제로, 1부 포럼과 2부 행사가 진행됐다. 포럼에선 도시숲, 정원도시 등에 대한 9개 발표가 이뤄졌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올해 처음 개최한 나무포럼을 통해 도시숲과 정원 정책 등 주요 이슈에 많은 의견을 청취했다”며 “도민이 행복한 제주도 도시숲 정책에 적극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