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NYT)가 작가 한강 씨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해 “한국 문화에 대한 저항의 한 형태”라는 평가를 내놨다.
NYT는 12일(현지 시각) ‘한 여성이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이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씨를 비롯한 많은 한국 여성 작가들이 보여주는 글쓰기는 가부장적이고 때로는 여성 혐오적 한국 문화에 대한 저항”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남성 중심이었던 한국 문학 평론계는 노벨 문학상이 나온다면 시인 고은 씨가 될 것이라고 추측해왔다. 이 때문에 고씨가 성 추문에 휩싸이기 전까지 노벨 문학상 발표 시기가 되면 그의 집 앞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한씨는 지금까지 이런 취재진의 관심을 받아본 적 없다고 NYT는 짚었다.
한씨의 작품들은 무거운 역사적 사안을 다루면서도 페미니즘적 시각도 함께 담고 있다.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 영혜가 육식을 피하려는 것은 가부장적 체제에 대한 저항의 의도를 담은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 단편 소설집 ‘저주 토끼’를 쓴 작가 정보라 씨는 NYT에 한씨를 비롯한 한국 여성 작가들의 글쓰기는 반대와 저항의 한 형태라고 말했다.
NYT는 여성들이 정치와 경제, 언론에서 차별받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문학은 자신의 힘을 표현할 수 있는 창구라고 봤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크리스 리는 “문학은 성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다. 모든 연령대와 모든 성별을 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씨에 대해 “가부장적 체제와 폭력의 현대사를 가진 나라에서 자란 특정 세대의 여성”이라면서 이것이 그의 작품을 말해준다고 분석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