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尹 대통령에 “연내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 제안

입력 2024-10-12 02:24 수정 2024-10-12 02:46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캠프데이비드 정신’을 이어 연내에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자”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의 지도부 교체와 관계 없이 한·미·일 정상이 천명했던 3국 협력 의지를 이어 가자는 강력한 의지를 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3국은 다음 달 미 대선이 마무리되는 대로 연내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라오스 총리 주최 갈라만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의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과 블링컨 장관은 각각 한국과 미국을 대표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다자·양자회의, 전략포럼들이 열리는 라오스를 방문한 상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우선 각별한 안부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캠프데이비드 정신’을 이어가자”며 “연내 한·미·일 정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도 한·미·일의 변함 없는 협력 의지를 강조하며 블링컨 장관에게 연내 회의 개최와 관련한 긍정적인 답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일본 신임 총리 취임, 미 대선 변수에 관계 없이 한·미·일 협력 체계를 공고히 이어가자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는 지난해 8월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만나 역내 공동 위협에 대한 3국의 즉각적인 공조를 약속했다. 당시 한·미·일 정상은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열자는 데에도 합의했다. 이러한 3국의 협력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관심을 받았으며, 캠프데이비드 주역들은 지난 8월 ‘1주년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정신’ 메시지 전달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미·일의 굳건한 공동 대응을 재차 강조한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도 북·러 군사 협력에 대응한 한·미·일 공조를 강조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지난 10일 라오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책임을 한·미, 한·미·일 안보 협력으로 탓하거나 돌리지 말아야 한다”고 공감했다. 이 정상회담은 이시바 총리에게는 국제 무대에서 외국과 갖는 첫 정상회담이기도 했다.

한·미·일 3국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 가능성은 거의 확실시되는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 표명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앞서 “미국의 대선 일정이 끝나면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세 정상이 만날 수 있을지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며 “11월에 들어가야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이는 블링컨 장관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되기 이전이었다. 윤 대통령과 블링컨 장관은 그 이튿날인 11일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도 긴밀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