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사법화’ 지속…검찰, 22대 총선 현역의원 14명 기소

입력 2024-10-11 16:42 수정 2024-10-11 16:48

22대 현역 국회의원 14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집계됐다. 21대 총선보다 13명이 줄어든 수치이지만, 전체 입건 인원은 21대 총선 대비 227명 늘어난 3101명을 기록하며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부장 김태은 검사장)는 11일 제22대 총선과 관련해 공소시효 만료일인 지난 10일까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모두 3101명(구속 13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당선인 14명 등 1019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당선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명, 국민의힘 의원은 4명이다.

기소된 민주당 의원은 안도걸, 신영대, 허종식, 신정훈, 이병진, 이상식, 양문석, 김문수, 정동영, 정준호 의원이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선 조지연, 구자근, 장동혁, 강명구 의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장 의원과 강 의원은 각각 재산 3000만원 상당을 축소 신고한 혐의, 법에 규정되지 않은 방식으로 경선 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국민의힘 신성범·김형동, 민주당 송옥주·신영대 의원 등 네 명은 계속 수사하고 있다.

21대 총선과 비교해 입건 인원은 2874명에서 3101명으로 7.9% 늘면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관계자는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계속되고 있고, 2020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전화나 말로 하는 선거운동 상시허용 등의 영향으로 입건 인원이 다소 증가하고 동시에 기소율은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기소 인원은 21대 총선 대비 1154명에서 1019명으로 11.7% 감소했고, 기소율은 40.2%에서 32.9%로 7.3%포인트 감소했다. 검찰은 이 같은 배경에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고소·고발 사건이 증가한 점을 주목한다. 허위사실유포·흑색선전사범은 지난 총선 대비 289명 늘어난 1107명으로 전체 입건 인원의 35.7%를 차지한다. 허위사실 공표 사건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모호한 사건의 특성으로 인해 기소율 자체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이 2018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무죄 취지로 판결한 이후 해당 조항 적용이 엄격해졌다고 검찰은 본다. 한 간부급 검사는 “해당 판결 이후 허위사실 공표 사건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기소율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가 ‘선거 후 6개월’로 실질적 수사 기간이 짧다는 문제도 여전하다. 2021년 형사소송법 등 시행 후 실시된 대통령선거 등에서 6개월의 단기 공소시효 완성이 임박한 시점에 선거사건이 대거 송치・송부되기 때문에 수사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효완성 15일 전 사건 처리율이 63.9%에 달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수사를 위해 시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공직선거법 시효 연장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선거폭력・방해 사건이 급증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선거폭력·방해사범 입건 인원은 21대 총선 244명에서 22대 총선 364명으로 늘었다. 검찰은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해 상대 정당 후보자 등을 혐오하는 현상이 강해져 후보자 등을 폭행·협박하는 일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한다. 또한 선거 관리에 대한 불신과 음모론이 확산하면서 사전투표소 내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의 신종 범죄도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검찰관계자는 “불법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철저히 공소를 유지하고 공직선거법이 규정하는 재판 기간(1심 6개월, 2·3심 3개월) 내 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면서도 “실질적 수사 기간 확보를 위해 현행 6개월인 초단기 공소시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