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부동산 시장 영향은…“대출 규제가 더 강력”

입력 2024-10-11 13:43 수정 2024-10-11 15:36
서울의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3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시장 전망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 되면서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금리 인하 영향이 집값을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0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달보다 6.1 포인트 상승한 99.3으로 집계됐고, 수도권은 전달 대비 3.1 포인트 오른 121.0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100을 넘으면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회원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도권 전망지수는 2021년 6월(121.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주산연은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분양 결과 완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수도권 지수는 6.7포인트 오른 94.6을 나타냈다.

10월 분양전망지수가 이미 상승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 결정이 부동산 가격 상승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통상은 그렇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대출규제의 영향과 단기급등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지난달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한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시장 금리는 올해 초부터 하락해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줬기 때문에, 현재 부동산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선반영된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의 대출규제가 금리인하보다 더 효과를 내지 않겠느냐는 전문가 의견이 적잖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랩장은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빅컷’(0.5% 포인트 인하) 이후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됐고,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움직임이 더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주춤한 상태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함 랩장은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과 갭투자 관련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기준금리 인하에도 주택거래 총량과 매매가 상승 움직임은 둔화할 양상이 크다”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어진 집값 상승 피로감 누적으로 주택 매매거래 월별 총량은 지난 7월이 정점이었다”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수석연구원은 “여러 고민이 필요한 부동산 재화를 이자 부담이 몇십만원 줄어든다고 사지는 않는다”며 “금리 인하 지속에 대한 기대감으로 단기 수요에는 영향이 일부 있을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이 비싼 서울은 금리 인하보다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가격이 덜 오른 지역이나 상품에는 단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달 분양시장의 상승세는 신축 단지에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산연은 “강력한 대출 규제로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하고 가격 상승 폭이 둔화됐으나, 최근 신축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오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심사 등으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아 신축 단지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수도권 분양전망지수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