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에서도 서점에서 발 빠르게 ‘한강 코너’를 마련하고 있다. 한강의 소설에 대한 일본 독자들의 궁금증과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NHK는 지난 10일 “도쿄 시내 서점에서는 올해 노벨 문학상에 한국의 한강 씨가 선정됨에 따라 바로 특설 코너가 마련됐다”며 “도쿄·신주쿠구의 기노쿠니야 서점 신주쿠본점에서는 수상자 발표 생중계를 서점 내 모니터로 상영했다”고 보도했다. 오후 8시가 넘어서 한강의 수상이 발표되자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전했다. 키노쿠니야 서점은 일본의 대형 서점 프랜차이즈로 신주쿠점이 본점이다.
한 30대 남성은 NHK에 “아시아 작가의 수상으로 매우 기쁘다. 지금까지 한국 작가의 수상은 없었기 때문에 놀랐다. 한 권 읽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강의 팬이라는 50대 여성은 “한강의 작품이나 한국 문학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수상을 기뻐하고 싶어요. 지금 마침 읽고 있는 신작도 빨리 읽고 싶다”며 기뻐했다.
기노쿠니야 서점 신주쿠 본점의 요시노 유지 부점장은 “아시아 여성 작가가 국제적으로 평가받아 매우 기쁘다. 이를 계기로 한국 작가와 협업 등을 기획하고 싶다”고 밝혔다.
SNS상에서도 일본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엑스(X·구 트위터)에는 “한국인 학생의 권유로 ‘채식주의자’를 읽었는데 억압과 트라우마를 둘러싼 신체적 감각이 날카롭고 아름답게 쓰여있어 훌륭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충격적이었다. (한국어를) 제대로 읽을 수도 없는데 원서까지 샀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오늘은 서점에 가는 게 평소의 몇 배나 기대된다. 분명 한강의 책이 한곳에 잘 정리해서 전시돼 있을 테니”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K드라마, 영화에 이어 문학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에 대해 놀람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한 엑스 사용자는 “드라마는 ‘오징어 게임’, 영화는 ‘기생충’, 음악은 ‘K팝’, 그리고 문학은 ‘한강’. 요즘 세계 예술의 조류 속에 확실히 한국의 것이 눈에 띄고 있다”고 언급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저녁 8시(한국시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상처에 직면하고 인간 삶의 취약성을 노출시키는 한강의 시적 산문”을 이유로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한강이 2007년 출간한 소설 ‘채식주의자’는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해외 번역 판권도 20개국에 판매됐다. 지난해 내놓은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강은 여성 작가로는 역대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노벨문학상은 2012년 이후 거의 매번 남녀가 번갈아 수상자로 선정돼고 있다. 지난해 노르웨이의 남성 작가 욘 포세에 이어 올해 한강이 수상하면서 이같은 전통이 이어지게 됐다. 아시아 국적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12년만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