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에서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박대성(30)은 한 시민이 신고한 덕분에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데 신고 당시 녹취에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웃는 박대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박씨는 시민 A씨와 맞닥뜨리기 불과 1시간 전에 살인을 저질렀다. 이후 A씨에게도 시비를 걸고 차량을 파손하다가 A씨에게 제지를 당했다. 지난 10일 JTBC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A씨는 경찰에 신고하며 “여기 가게에 행패 부리는 사람이 있다. 차를 깨버리고 난리가 아니다”고 다급하게 출동을 요청했다. 그러자 박대성은 옆에서 “거짓말이에요!”라며 장난스럽게 외쳤다.
그뿐만 아니라 “헤헤”라는 밝고 높은 톤의 웃음소리도 들렸다. A씨는 “얘가(박대성) 왜소해도 그 몸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그 눈빛이 무서웠다. 그냥 악마를 본다고 할까”라고 회상했다. 그는 “저한테 나타난 게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 같다. 힘없는 학생들이나 어르신들, 이 상태로 봤을 때는 사고 칠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대성은 지난달 26일 0시44분쯤 순천시 조례동 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후 도망친 박대성은 만취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다가 A씨와 시비가 붙었고, 사건 약 2시간 20분 만인 오전 3시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배달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대성은 자신의 가게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 흉기를 챙겨 밖으로 나왔고, 그곳을 지나던 A양을 800m가량 쫓아가 뒤에서 공격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