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통신] “월즈 우승의 조건? ①실력 ②신뢰 ③멘탈”

입력 2024-10-11 03:00
라이엇 게임즈 제공

한화생명e스포츠 최인규 감독이 파리행을 확정한 소감을 밝혔다.

한화생명은 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라이엇 게임즈 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월드 챔피언십 스위스 스테이지 2승1패조 경기에서 플라이퀘스트를 2대 1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3승째(1패)를 달성,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토너먼트 스테이지에 합류했다.

경기 후 만난 최 감독의 표정엔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그는 “8강과 4강을 지나 그 이상의 무대까지도 여정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기쁘다”면서도 “아직까지는 팬분들께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8강전부터는 더 잘 준비해서 한화생명다운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의 말처럼 이기긴 했지만 우르곳, 아무무, 누누 등 상대의 조커 픽 때문에 애를 먹은 경기이기도 했다. 상대의 조커 픽 사용을 어느 정도 예상했음에도 허를 찔렸다. 최 감독은 “상대가 변수를 창출하는 챔피언들을 많이 고를 거로 예상했다. 그래서 변수가 나오더라도 우리가 자신 있게 한타와 운영을 할 수 있는 조합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밴픽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브위포’ 가브리엘 라우의 우르곳까지는 짐작했으나 ‘인스파이어드’ 카츠페르 스워마의 누누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최 감독은 “선수단이 누누를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스킬 사용 측면에서 실수가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2대 1로 이겼으니 어려움이 없었다고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면서 “확실히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조합을 상대하다 보니 갑작스럽게 나오는 구도에 대한 대처가 조금은 미흡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휴식일인 8~9일 동안 소화 가능한 조합의 가짓수를 늘리는 데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했다. 최 감독은 “다른 팀들의 밴픽과 조합을 우리도 많이 시도해보고 연습했다”면서 “선수들이 아직 현지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을 못 했다. 먹는 일과 쉬는 일에 평소보다 더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오녹아(오로라·녹턴·아리) 조합에 당했던 젠지전 이후 챔피언 티어도 재정리했다. 그는 “일단 패배를 했으니 당연히 (밴픽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습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면서 “이겼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패배했기 때문에 배우고 깨달은 것도 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여기려 한다”고 말했다.

긴 호흡의 대회인 만큼 메타 해석이 계속해서 바뀌는 게 월즈만의 매력이다. 최 감독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팀들이 모였다. 각자의 메타 이해를 바탕으로 맞붙는 게 월즈”라면서 “최근 경기를 지켜보면 확실히 LCK가 선호하는 방향과는 약간 다른 쪽으로 메타가 흘러간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LCK와 메타가 많이 다른 것은 아니다. 다만 LCK가 선호하는 조합은 상황을 보면서 꺼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화생명은 이제 짧은 휴식을 취한 뒤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8강전과 그 이후를 준비한다. 최 감독은 “이동하는 데 소모되는 시간이 있다. 파리에서는 새로운 연습 환경에 다시 처음부터 적응해야 한다. 생각보다 휴식 기간이 여유 있지는 않다”면서 “시간을 잘 쪼개서 연습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히 10년 전 이맘때 선수로 나서서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던 그가 생각하는 월즈 우승의 키는 팀원과 나 자신을 향한 굳건한 신뢰다. 그는 “오래된 기억이지만 그때를 돌이켜보면 우리 팀이 실력으로도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팀원 간의 믿음이 굉장히 끈끈했다. 또한 위기 순간에도 상대보다 멘탈적으로 강했던 게 우승의 비결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주에서 열렸던 LCK 서머 시즌 결승전 당시에는 팬분들의 응원 소리를 아주 가까이서 들을 수 있어서 기뻤다”면서 “지금은 팬분들의 응원 소리를 듣지 못해 아쉽지만 멀리서도 늦은 시간까지 우리를 응원하고 계신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 응원에 반드시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