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를 만났다. 웨이팅 대란의 주인공에서 전국구 도넛 브랜드로 거듭난 ‘카페 노티드’, 수제버거 전문점 ‘다운타우너’, 퓨전 한식 맛집 ‘호족반’, 미국 가정식 레스토랑 ‘리틀넥’을 만든 사람. MZ세대를 상대로 오픈런 신화를 쓴 F&B계의 신흥 강자 이준범(42) GFFG 대표다.
GFFG는 2014년 다운타우너의 전신인 수제 버거 브랜드 오베이(5BEY)를 런칭하면서 외식사업을 시작한 기업이다. 이후 노티드, 호족반, 클랩피자, 웍셔너리 등을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선보이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특히 노티드 도넛의 인기로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795억7277만원으로, 전년 대비 50.4% 성장한 규모다.
GFFG는 올해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첫 타자는 ‘훌륭한 민족의 밥’이라는 의미의 퓨전 한식 레스토랑 ‘호족반’.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진출한 호족반은 이제 로스엔젤레스(LA)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를 최근 서울 강남구 GFFG 본사에서 만나 해외 진출 현황과 전략, GFFG의 목표 등에 관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호족반 해외 1호점인 뉴욕에 이어 내년 상반기 두번째 미국 진출 장소로 LA를 꼽은 이유가 있나.
“미국의 가장 큰 한인타운 중 두 곳이 뉴욕과 LA다. 맨해튼에 있는 뉴욕점은 그 점을 노려 한국 음식을 비교적 좋아해주시는 로컬 고객님들이 많은 장소에 입점했다. 또 현재 GFFG가 뉴욕의 대형 외식업 브랜드 기획사 핸드호스피탈리티와 공동 운영을 하고 있어 인지도 차원에서 브랜드를 홍보하고자 뉴욕을 선택했다.
반면 LA점같은 경우는 다른 전략을 택했다. LA만의 현지 바이브가 물씬 느껴지는 LA 아트 디스트릭트(734E 3rd St.)에 입점할 계획이다. 과연 LA 라이프스타일에 한국 음식의 정서와 문화가 잘 맞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LA 아트 디스트릭트는 블루 보틀 1호점이 생긴 곳으로, 호족반 LA점 바로 옆 건물에 노티드도 들어오려고 현재 공사중이다. 호족반과는 달리 노티드는 해외 1호점이 될 예정이다.”
-현재 뉴욕 현지 반응은 어떤가.
“다행히 현지에서도 많이 좋아해주신다. 오픈 초반에는 예약이 2달 뒤까지 꽉 차기도 했다. 인기에 힘입어 운영한지 1년 정도 된 현재, 품질 유지 차원에서 저녁 시간만 하던 운영시간을 확대해 지난 9월부터 점심 서비스 ‘호족반상’을 선보이고 있다. 조만간 와인 메뉴를 추가해 음식과 페어링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인기 메뉴와 미국 현지인들을 겨냥한 메뉴를 소개해달라.
“인기 있는 메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들기름 메밀면’, ‘호족NY갈비’. 사실 들기름 메밀면같은 경우 장모님 레시피를 너무 맛있게 먹은 후 ‘꼭 손님들한테 맛보여줘야겠다’ 하고 개발하게 된 거다. 호족NY갈비는 수비드된 갈비 위에 드레싱을 해서 판매하는데, 미니 호족반 위에 푸짐하게 제공되는 프레젠테이션도 굉장히 좋아해주신다. 미국에서 먼저 선보인 ‘컵라면 볶음밥’도 인스타그래머블한 메뉴로 호응을 얻어 한국에도 메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적 감성을 해외에 어떻게 전달하고 싶은지.
“한국 음식은 ‘나눔’ ‘마음’ ‘정성’ ‘정’이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미국으로 출장을 갔을 때 미국에 사는 가족들과 집에 있으면서 우리 브랜드 음식이 항상 냉장고에 넣어두고 꺼내 먹을 수 있는 친숙한 존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현실화한 것이 바로 지난 추석 뉴욕 호족반에서 한국 전통 디저트 브랜드 생과방과 협업했던 선물세트다. 두 시간만에 소진될 정도로 사랑을 많이 받았다. 집에서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약과를 예쁜 보자기에 정성스럽게 포장한 그 한국적 느낌을 좋아해주신 듯하다.
노티드 도넛도 사실 ‘도나스’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했다. 처음에는 호두과자를 생각했다가 너무 생뚱맞을 것 같아 휴게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겨운 한국식 도넛을 미국식으로 비틀어, 튀긴 도넛에 크림을 넣는 방식을 고안했다. 나는 양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한국적인 걸 많이 했더라.”
-본래 패션업계에 계시다가 뒤늦게 외식업에 뛰어들었다고. 그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나.
“미국에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지낸 후 한국에 돌아와 동대문 등 의류 매장에서 일을 했었다. 외식업에 뛰어들기 전 패션·엔터 쪽에 관심이 있었던만큼, 원래는 SM타운을 생각하면서 우리 브랜드를 만들었다.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등 다양한 아이돌처럼 브랜드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 브랜드들로 푸드코트를 만들어도 재밌겠다는 생각도 했다.
반면 지금은 다소 진지해진 느낌이다. 아무래도 해외 진출이 가장 큰 관심사다보니,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한국만큼 쉽진 않다. 공사 기간도 길고. 예산 관리도 어렵다. 그래도 추후에 다양한 K푸드가 해외에 진출할 때 토대가 되는 브랜드였으면 좋겠다.”
-GFFG가 어떤 브랜드로 사람들이 생각했으면 좋겠는지.
“GFFG는 ‘좋은 음식을 오래 즐길 수 있도록(Good food for Good)’의 약자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의 본질인 ‘맛’이다. 다운타우너나 노티드의 메뉴를 개발할 때도 항상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의견을 반영해 선보였다.
미국에 진출해보니, 한국보다 유행이 빠른 곳이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만큼 트렌디하고 독특한 마케팅이 중요해진 세상이다. 그러나 유행에 뒤쳐지지 않되 음식도 뒤처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색다른 경험을 고객들한테 제공하면서도 ‘음식에는 진심’이라는 걸 늘 말하고 싶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