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는 밀농사…정부 투자해도 재배 면적 폭락

입력 2024-10-10 18:19 수정 2024-10-10 20:59

정부가 식량안보 차원에서 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매년 예산을 늘렸는데도 밀 재배 면적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만㏊를 처음으로 넘어섰던 밀 재배 면적은 올해 들어 9000㏊대로 급감했다. 밀을 재배하는 이들의 소득이 3년 연속으로 감소한 탓에 재배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밀 재배 면적은 9536㏊다. 1만1600㏊를 재배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2064㏊(17.8%)나 줄어들었다. 국산 밀 주산지인 전북과 전남도 재배지가 감소했다. 두 곳의 올해 밀 재배 면적은 각각 3268㏊, 3105㏊로 파악됐다. 모두 1년 전(4618㏊, 4572㏊)보다 1000㏊ 이상 면적이 감소했다.

밀 재배 면적 감소는 정부가 전략적으로 밀 육성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2020년 11월 ‘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0.8% 수준인 밀 자급률을 2025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계획 시행 첫해인 2021년 169억원을 투입했고 올해는 3배 수준인 500억원까지 예산이 늘었다. 하지만 밀 자급률은 눈에 띄게 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밀 자급률은 2.0%로, 예산 투입 전보다 늘어나기는 했지만 목표치의 절반에 못 미친다. 올해는 재배 면적이 대폭 줄었으므로 자급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밀 재배 농민들이 돈벌이가 안 돼 재배 작목을 바꾼 게 원인 아니냐는 분석이다. 서 의원이 농촌진흥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밀 농가 순소득은 ㏊당 131만원이다. 정부가 밀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첫해인 2021년에는 ㏊당 229만원이던 소득이 3년째 감소 중이다. 정부의 전략작물직불금(50만원/㏊)을 더해도 181만원에 불과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쌀을 재배한 농가는 ㏊당 360만원을 벌어들였다. 벼 재배 농가에 지급하는 공익직불금을 빼고도 같은 면적 당 소득이 밀의 2배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내년에 밀 농가 지원 단가를 ㏊당 100만원으로 배 인상한다는 계획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밀 재배 농가가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서삼석 의원은 “과잉되는 쌀이 문제라며 밀 사업에 예산을 집중했는데도 밀 농가의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농가의 이익을 보장해야 2027년까지 밀 자급률 목표치인 8%를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