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자원 부족한 한국교회에 ‘시니어’들이 나섰다!

입력 2024-10-10 17:11 수정 2024-10-10 17:17
‘2024 시니어 선교대회’ 참석자들이 10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강연을 듣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인생의 후반부를 맞은 고령의 ‘시니어세대’에게 선교 사명을 일깨우며, 이들을 선교 자원으로 헌신하도록 이끌 선교대회가 열렸다.

시니어선교한국, 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 한국기독교시니어사역연합, 한국기독실업인회는 10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2024 시니어 선교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는 전국을 비롯해 북미와 오세아니아, 몽골 등에서 온 시니어 성도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유기성(선한목자교회 원로) 이동원(지구촌교회 원로) 목사와 책 ‘하나님의 대사’를 쓴 김하중 장로는 주 강연자로 나서 여생을 선교 사역에 헌신하고자 모인 이들을 격려했다. 유 목사는 “선한 싸움을 다 싸우고 달려갈 길을 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는 일이다”며 “주님 앞에 설 날을 사모하며, 오늘의 내 안에 예수 그리스도가 실재하도록 주님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라”고 조언했다. 김 장로는 “내 욕심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오직 그의 나라만 구하자”고 권면했다. 이 목사는 “끝까지 견디는 자가 구원을 받는다”며 “바울처럼 하나님 맡기신 복음 전도의 길을 완주하자”고 독려했다.

‘2024 시니어 선교대회’ 모습. 아래 사진은 유기성 목사가 이날 ‘달려갈 길을 마치고’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주최 측은 이날 ‘해외 선교’ ‘이주민 선교’ ‘북한 선교’로 세분된 강의를 준비했다. 참석자들은 이 중 각자 관심사에 맞는 강연을 찾아 들으며 자신이 나아갈 헌신의 길을 모색했다. 이제 막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초로의 중년부터 완연한 백발의 목회자 등 강의를 듣는 이들의 눈빛은 여느 청년 못지않게 밝게 빛났다.

캄보디아 선교사 출신 권효상 고려신학대학원 교수와 시니어선교한국 고문 최철희 선교사는 ‘해외 선교’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세계 선교 현황과 한국교회에 주어진 ‘시니어 선교’ 과제, 시니어 선교사로 사역하는 데 필요한 자세와 준비 사항 등을 자세히 안내했다. 최 선교사는 “선교지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며 많은 선교사의 활동이 위축되고, 추방당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교지에서는 평신도, 전문인, 비즈니스 등 다양한 선교사가 요구되는데 여기에 가장 좋은 자원이 시니어들이다”고 강조했다.

온누리M센터장 노규석 목사는 한국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거주 이주민, 다문화가정의 현실을 전하며 한국교회가 이들을 섬길 방법을 참석자들과 함께 모색했다. 노 목사는 “이주민 선교의 핵심은 예배이며, 이주민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건 예배와 공동체를 통해서다”며 “이주민, 다문화가정과 관계 맺고 소통할 수 있는 교회만이 그들의 희망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을 돌아보면 홀로 외로이 이주민 사역에 임하는 목회자들이 많다”며 “그들에 관심을 두고 함께 기도해주며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2015년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바 있는 임현수 목사는 이날 ‘북한 선교’를 주제로 강연하며 북한의 현실과 현실적인 선교 사역 방향 등을 안내했다.
이 대회 공동대회장 이종훈 선교사가 대회 개최 취지를 밝히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번 대회 공동대회장을 맡은 임 목사와 이종훈 선교사는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시니어세대의 사역의 길이 열리길 소망했다. 이 선교사는 “오늘 대회를 통해 우리네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를 고민하는 거룩한 정렬이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전했다. 임 목사는 “100세 시대의 핵심적 선교 자원이자, 인생의 황금기를 사는 시니어들의 전략적 가치는 대단하다”며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은퇴자와 시니어의 경력과 전문성, 자력의 가치를 세계 선교를 위해 다시금 헌신하도록 도와줘 자비량 선교사 시대를 더욱 넓게 열어가자”고 격려했다.

‘2024 시니어 선교대회’ 참석자들이 예배드리며 기도하는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날 선교대회 말미 참석자들은 ‘교회 공동체와 동료들에게 선교에 관심을 갖도록 독려하겠다’ ‘선교 중보기도 모임에 참여하겠다’ ‘선교지와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와 재정으로 후원하고 섬기겠다’고 다짐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손을 들고 함께 기도했다.

이상범(72) 선교사는 튀르키예에서 20년 넘게 사역한 경험을 살려 국내 거주 중인 튀르키예인을 상대로 인생 후반기 사역을 모색해보고자 대회장을 찾았다. 이 선교사는 “끝까지 튀르키예 선교사로 헌신하고 싶었지만, 현지 체류가 어려워져 불가피하게 국내 이주민 선교로 눈을 돌리게 됐다”며 “강연을 들으며 국내 거주 이주민이 처한 현실과 관련 정보를 알게 돼 도움이 많이 됐고, 내일부터 진행되는 국내 이주민 사역 현장 탐방에도 참여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선교대회 참석자들이 보다 더 구체적으로 선교 소명을 찾을 수 있도록 11일부터 국내 이주민 사역 현장 탐방(인천, 경기도 안산), 국내 성지순례(호남 일대), 해외 순교지 순례(일본 나가사키) 등 후속 특별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