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규(사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은 취임 소감을 묻는 말에 “두렵고 떨린다”며 “한국 사회와 교회가 직면한 위기 상황에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기장 총회 본부에서 만난 박 총회장은 세상 속 교회의 역할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경제·전쟁·기후 위기 등이 만연하다”며 “위기의 때일수록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교회가 생명과 평화, 정의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기장 제109회 총회 주제인 ‘교회여, 다시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노래하자’는 박 총회장의 다짐이자 신앙고백이기도 하다. 다음 회기 총회 주제는 통상 임원 회의를 거쳐 결정되는데, 이번 주제는 박 총회장이 새벽기도 중 받은 영감에서 비롯됐다. “강단에서 기도 중 하나님께서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그 순간 교회가 예수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에덴의 샬롬과 예수 정신으로의 회복을 통해 불의에 맞서 싸우고 생명을 살리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총회장은 임기 기간 교단 차원에서 ‘영적 대각성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회는 ‘하나님의 장수’들이 세워가는 것”이라며 “한국교회 안에 회개의 물결이 일어야 한다. 목회자들부터 진정한 회개를 통해 새로워지고 그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장은 현재 교세 감소와 목회자 수급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총회장은 “기장은 예로부터 ‘작지만 강한 교회’를 지향해왔다”며 “기장 교회의 강점은 소규모 교회 특유의 가족적인 분위기와 강한 공동체 의식”이라고 했다. 이어 “교단 차원에서 목회자 양성 제도를 강화하고, 젊은 목회자들이 소명을 가지고 교회에 헌신할 수 있도록 ‘복음사관학교’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장을 둘러싸고 있는 동성애 논란 관련해 박 총회장은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를 차별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회가 동성애 논란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우리는 예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으로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교회는 사랑·포용·관용을 베풀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교회는 예수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교회의 본질입니다. 모든 교회가 예수의 삶을 본받아 생명과 평화를 실천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