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뵈뵈’란 이름은 성경에서 단 한 차례 등장한다. 사도 바울이 기록한 로마서 16장 첫머리에 나오는 이 이름은 초대교회 여성 역할에 대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뵈뵈를 다룬 해당 본문에서 바울은 그를 ‘자매’이자 ‘집사’, ‘후원자’로 불렀다.(롬 16:1~2·NIV) 개역개정 성경은 집사를 ‘일꾼’으로 후원자를 ‘보호자’로 번역한다.
바울을 후원하고 보호하며 교회 집사이자 일꾼으로 활동한 뵈뵈는 초대교회의 지도자였을까. 아니면 그저 바울의 시중을 드는 조력자였을까. 전자를 지지하는 이들은 뵈뵈를 안수받은 집사이자 교회 공동체의 후견인으로 해석한다. 반면 후자의 입장을 취한 학자들은 그가 조력자 역할만 했을 뿐 복음을 전하는 사역자는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미국장로교(PCUSA) 소속 교회 장로이자 에모리대 신약학 교수인 저자는 뵈뵈에 관한 이들 주장이 오늘날 교회 내 여성 지도력 찬반 논쟁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초기 기독교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을 연구해온 그는 바울이 뵈뵈에 이어 브리스가 마리아 유니아 등 교회 공동체에서 활약한 여성을 추가로 언급한다는 데 주목한다.(롬 16:3~4, 6~7) 그러면서 이런 질문을 제기한다. ‘당시 바울의 편지를 수신한 최초 독자는 뵈뵈의 교회 내 역할뿐 아니라 여성이 지도자 자리에 오르는 게 일반적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알고 있지 않을까.’ 저자가 1~2세기 신약 시대의 그리스 소아시아 유대 이집트 일대의 여성 생활사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이유다.
저자는 신약 시대 로마제국에 세워진 비문과 그리스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플루타르코스의 기록, 이집트 파피루스를 포함한 각종 문헌을 두루 살펴 당대 여성상을 다각도로 복원했다. 이들 자료를 종합하며 그는 다음 3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신약 시대 여성은 ‘재산을 소유했고 자기 일에 권한을 행사’했으며 ‘시민 사회와 종교계를 후원하는 후견인 역할을 맡아’ 사회적 영향력과 주변의 신망을 얻었다. 또 ‘남성보다 열등한 대접을 받긴 했지만 지역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지도자로 활동했으며 당대 사회 분위기도 이를 모순으로 여기지 않았다.’ 남성 허락 없이는 사회 참여는 물론 재산을 취득하거나 교육도 받을 수 없었다는 기존 통념을 깨트리는 결과다.
저자는 이에 대한 근거로 다양한 사료와 관련 성경 본문을 제시한다. 1세기 로마제국령의 한 도시인 카르티마에 세워진 비문엔 ‘시의 으뜸가는 종신 여사제’ 유니아 루스티카가 등장한다. 그는 자산을 활용해 광장에 동상을 세우고 목욕탕용 터를 기부해 이웃의 칭송을 받았다. 성경에도 여성의 소유를 드러낸 내용이 있다. ‘두 렙돈의 과부’와 ‘헤롯 아그립바의 딸 버니게’가 대표적이다. 종사한 직업도 다양했다. 묘비들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는 유모와 초·중등교사뿐 아니라 임대업자와 의사, 검투사까지 있었다.
여성 목사 안수 반대의 근거로 주로 쓰이는 성경 본문인 “여자는 잠잠하라”(딤전 2:11~12, 고전 14:33~34)에 관한 해설도 있다. 저자는 이번에도 여러 사료와 성경 본문을 살펴 “당시 침묵은 (성별과 관계없이) 자신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 앞에서 존경의 의미로 행하는 것”임을 밝혀낸다. 즉 여성의 침묵을 요청하는 두 본문은 ‘문화적 규범’을 담은 것으로 당시 “남성과 여성 간 문화적 권한 차이”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성경은 여성의 목사 안수를 지지하는가. 분명한 건 “이 시기 교회가 평등주의를 지향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여성은 “사회·경제·종교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내놓은 결론은 이렇다. “당시 여성은 가족과 지역사회 이익을 위해 자신의 자원과 영향력을 강력하게 사용했다.… 그리스도인 여성들도 이들처럼 자기 공동체를 다양하게 이끌도록 부름을 받았을 것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