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 정소민 “장녀라 더 공감…석류 연기하며 위로와 힐링 받아”

입력 2024-10-09 16:07
배우 정소민. 이음해시태그 제공

“엄마 내 미래는 내가 결정해. 그리고 그게 요리야. 엇나가는 게 아니고 제대로 가는 거야. 나 여태까지 어디가 길인지도 모르고 그냥 미친 듯이 뛰기만 하다가 이제야 제대로 방향 찾았다고!” 석류(정소민)는 그간 참아온 설움을 터트리며 이렇게 말한다. 늘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길 바라고 앞만 보고 뛰어온 그가 처음으로 엄마에게 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오랜 동네 친구와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엄마친구아들’(엄친아)은 주인공 석류와 승효(정해인)의 우여곡절 연애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석류의 성장기이기도 했다. 남의 눈만 의식하며 사느라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생각해본 적 없던 K-장녀의 자아 찾기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끌어냈다.

드라마 '엄마친구아들' 스틸컷. tvN 제공

부모님의 바람 대신 자신의 꿈과 행복을 찾아가는 석류를 연기한 정소민을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응원하고 싶은 캐릭터인 석류를 만나게 돼서 행복했다”며 “석류를 알아가며 적지 않은 위로와 힐링을 받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석류는 부모님의 모든 기대를 받는 첫째로, 철부지에 몸이 약했던 남동생 탓에 늘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보지도 못한 채 남의 시선에 맞춰 살아가다 타지에서 위암 수술을 하게 된다. 그 후 회사에서 무성히 들리는 뒷말에 회의를 느낀 석류는 미국에서의 삶을 놓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드라마 '엄마친구아들' 스틸컷. tvN 제공

이런 석류를 보며 과거 자기 모습이 겹쳐 보였다는 정소민은 석류에게 더 공감하며 응원하게 됐다고 했다. 정소민은 “저도 남동생이 있고 장녀여서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많은 짐을 짊어지고 가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런 면을 극대화해서 석류란 인물로 풀어냈다”면서도 “저는 이런 모습을 서른이 넘어가면서부터 내려놓으려 해서 편해졌다. 그래서 석류를 볼 때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고, 안쓰럽고. 이 친구가 빨리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면 좋겠다고 응원하게 됐었다”고 말했다.

힘을 빼고 사는 방법을 몰랐던 석류가 번아웃을 겪고 몸까지 아프고서야 제 삶을 돌아봤듯 정소민도 힘주고 살던 삶에 쉼이 필요함을 느끼곤 가치관을 바꿨다고 한다. 그는 “너무 힘주고 달리다 보니 거기서 파생되는 힘듦이 있었다. 그래서 20대 말, 30대 초쯤 이런 걸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삶을 채워보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예전엔 쉴 때도 강박처럼 뭔가를 배우거나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저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불안해서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흘러가는 대로 두게 됐다”고 했다.

배우 정소민. 이음해시태그 제공

석류는 결국 자신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요리를 시작한다. 무용을 하다 배우가 된 정소민도 석류와 일부 상황이 비슷했다. 정소민은 “그래서 석류를 더 응원하게 됐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지 않나”라며 “저는 무용이 좋아서 했었지만, 최종적으로 더 좋아하는, 더 사랑하는 일을 만난 게 여전히 감사하다. 내 판단을 믿은 과거의 나를 좀 칭찬해주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엄친아’는 정소민에게 따스함과 취미를 남겨준 드라마가 됐다. 그의 SNS를 통해 자신의 힘들었던 상황을 공유한 팬과 그를 위로하는 다른 팬들을 보며 따뜻함을 느껴서다. 그리고 ‘엄친아’를 촬영하며 요리에 취미가 생겼다. 정소민은 “요리에 전혀 취미가 없었는데 셰프님을 너무 잘 만나서 흥미가 생겼다. 밀푀유나베나 전골 같은 요리에 자신이 있다”며 “집에서도 엄마가 요리하실 때 옆에서 보조 셰프로 거들 수 있게 됐다. 전에는 또 다른 일처럼 느껴졌는데 요즘은 아는 게 좀 생겨서 더 재밌다”고 웃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