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방송 토크쇼, 팟캐스트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인터뷰 공세’에 나섰다. 그동안 언론과의 인터뷰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해리스가 공격적으로 대면 인터뷰에 나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ABC방송의 토크쇼 ‘더뷰’에 생방송으로 출연했다. 해리스가 생방송 인터뷰에 나선 건 대선 후보가 된 이후 처음이다.
그는 허리케인 헐린 피해와 관련해 연방정부가 공화당 우세지역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나는 그가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관심을 두는 기초적인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모든 것을 잃었는데 누군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게임을 하고 있다고 트럼프는 생각한다”며 “그는 다른 사람의 필요보다 자기 자신을 앞에 둔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배우 우피 골드버그 등 모든 출연자가 여성이다. 해리스는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 등 공화당 인사들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람들은 페이지를 넘기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해리스는 또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고령층을 위한 건강보험인 ‘메디케어’를 확대해 장기요양과 재택 도우미 같은 서비스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해리스는 진행자들이 자신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차이점에 대해 묻자 “우리는 확실히 다른 두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차이에 대해서는 “지금 마음 속에 떠오르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오후엔 위성 라디오 방송인 ‘하워드 스턴쇼’에 생방송으로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는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 비판했다. 해리스는 “나는 트럼프가 독재자가 되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며 “그는 ‘스트롱맨’들을 존경하고 그들에게 놀아나고 있는데, 그것은 그가 그들을 자신의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그들은 늘 그를 아첨과 호의로 조종하고 있다”고 했다.
해리스는 이어 이날 CBS의 심야 토크쇼인 ‘레이트 쇼’도 녹화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등의 긴밀한 관계에 질문 받자 “(김 위원장 등은) 독재자이며 권위주의자, 살인자로 잘 묘사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백악관 풀기자단이 전했다. 또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가능한 빨리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해야한다.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대선 후보가 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 소극적이었다. 지난 8월 29일 CNN인터뷰가 대선 후보가 된 이후 첫 인터뷰였다. 당시 인터뷰도 단독으로 출연한 것이 아니라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나왔다. 트럼프 캠프에서는 해리스가 언론을 피한다며 공세를 펴왔다.
하지만 해리스는 이번 주 들어 미국 언론이 ‘대대적 공세(blitz)’라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인터뷰를 소화하고 있다. 해리스는 최근 인기 팟캐스트 ‘콜 허 대디’에 출연했고, CBS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60분’과 인터뷰하기도 했다. 다만 ‘60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방송이 친(親) 민주당 성향이 강하고 토크쇼 형식이어서 해리스가 비판적인 언론과는 인터뷰를 꺼린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해리스의 ‘더뷰’ 출연과 관련해 “(해리스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인 바이든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멍청한 답변”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