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원 절반가량이 매달 200만원 미만의 낮은 임금을 받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증가한 데다 한글에 관한 관심도 커진 만큼 한국어교원 처우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어교원노동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현재 1만여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한국어교원의 노동 여건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자격을 인정받은 한국어교원은 대학 어학당이나 가족센터, 이주노동자지원센터 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 한국어교원 대다수는 여성, 고학력, 비정규직의 특성을 보인다. 이들이 만성적 고용불안과 저임금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직장갑질119와 한국어교원협회가 지난 8월 26일~9월 13일 한국어교원 5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이 200만원 미만의 급여(월평균·세전)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급여는 100만원 미만이 15.7%, 100만~200만원이 39.7%에 달했다. 현재 소득 수준이 생계유지에 충분한지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95.2%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고용 형태는 ‘기간제 계약직’이라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위촉, 도급, 용역, 파견 등의 간접고용’이라는 응답이 14.5%이었다.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응답은 23.3%에 그쳤다.
계약 기간이 한정된 경우 ‘10주 이상 3개월 미만’이라는 응답이 40%로 가장 높았다. ‘10주 미만’이라는 응답이 22.4%로 뒤를 이었다.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는 10.3%에 불과했다.
한국어교원 가운데 차별 등 부당 대우를 받았다는 응답은 46.4%에 달했다. 부당 대우의 구체적 사례에는 “급여보다는 한국인의 긍지를 가지고 한국어 보급에 힘쓰는 자원봉사로 생각하라” “한국인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을 많이 받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경험도 포함돼 있었다.
아울러 교원들은 초단기간 근로를 강요당하고 있다. 교원들에게 매주 15시간 미만의 수업만 맡기고, 이 시간만 근로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수업 준비나 교육자료 개발에 드는 시간은 ‘공짜 노동’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어교원을 고용하는 교육 주체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이나 위촉 등 프리랜서 계약을 통해 노동법상 책임을 피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때문에 한국어교원에게는 4대 보험, 주휴수당, 연차 휴일, 퇴직금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만약 한국어교원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계속되면 교육 당국의 외국인 유학생 확대 계획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자 외국인 유학생을 확대 유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유학생을 3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국어교원은 교육 당국의 이런 유학생 확대 계획의 필수 인력으로 평가된다. 낮은 임금과 불평등한 계약 탓에 우수한 한국어교원이 줄어들면 그만큼 유학생 유치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대 한국어교원 이창용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다문화·다민족국가로 진입한 한국에서 한국어는 제2언어로서 이주민 교육의 핵심”이라며 “이주민의 한국어 실력은 이주민 본인뿐 아니라 그와 만나는 한국인과 한국 전체 생산성을 키우고 사회적 비용을 줄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주민의 한국어 의사 소통능력을 키워줄 한국어교원에 대한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250만명을 넘어서면서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과 한국어교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국어교원의 고용안전과 처우개선에 안정적인 토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