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가 국민권익위원회 대상 국정감사를 시작한 지 40여 분 만에 파행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담당했던 정승윤 권익위 부패방지부위원장의 ‘야당 의원 고소’ 발언이 발단이 됐다. 여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헬기 이송 특혜 논란’을 두고도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권익위 등에 대한 국감에서 정 부위원장에게 “지난 9월 9일 권익위 전원위원회 회의록상 ‘저를 고발했던 야당 의원들 전부 고소·고발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정 부위원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런 입장이 변함 없느냐는 이정문 의원 질의에 “고소는 제 권리다. 헌법이 보장한 제 권리를 간섭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국회를 겁박하고 헌법기관인 국회를 위협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을 공식 인정했다. 국민의 대표기관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야당 의원들을 고발하겠다는데 가만히 있어야 하냐”며 고성을 지르고, 위원회 차원에서 정 부위원장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시작부터 정치 논쟁을 하자는 것인가. 여야 간사들이 논의하도록 하고 회의를 진행하자”고 진화에 나섰지만, 여야 간 말다툼이 이어지면서 결국 40여 분 만에 정회했다.
정 부위원장은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종결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맡다가 지난 8월 목숨을 끊은 권익위 간부의 직속 상관이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 부위원장이 이 사건을 종결 처리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8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정 부위원장은 최근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국감장에 나오게 됐다.
정무위 국감은 오후 재개된 이후에도 수차례 파행 위기를 맞았다. 특히 지난 1월 부산에서 흉기 피습을 당했던 이 대표 헬기 이송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이용한 헬기는 응급의료전용 헬기인 닥터헬기가 아니고 119 응급의료헬기 일명 소방헬기”라며 “소방헬기를 이용한 이 대표에게 닥터헬기 운영지침을 적용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권익위가 자체적으로 해석을 갖다 붙인 것”이라며 “김 여사의 명품가방 사건을 물타기 하려고 인위적으로 그 결론을 몰고 간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종민 권익위 사무처장 겸 부위원장은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부당한 특혜를 받은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 자리에 계신 어떤 국회의원들도 받을 수 없는 특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것은 측근들의 잘못”이라며 “이 대표에 대해 과잉 충성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