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잔디 묻겠다고…린가드에 국감 참고인 출석 요청

입력 2024-10-08 17:31
FC서울 소속 선수 제시 린가드. 뉴시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열악한 잔디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에서 뛰고 있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선수 제시 린가드가 국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15일 서울시청에서 예정된 서울시 국정감사에 린가드를 참고인으로 부르겠다며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서울 구단 관계자도 “행안위 측으로부터 관련 공문을 보내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린가드가 국감 참고인으로 채택된 건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와 관련해 의견을 들어보고자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린가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었고 국가대표도 거친 영국의 축구 스타다.

최근 축구계에서는 경기장 잔디 관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K리그1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경기가 다수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잔디 상태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직접 언급했을 정도다. 팬들 사이에서는 ‘논두렁 잔디’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지난달엔 서울시설공단의 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 실태를 감사해달라는 축구 팬의 민원이 국민신문고로 올라오기도 했다. 결국 이달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이라크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4차전은 잔디 상태 탓에 용인 미르스타디움으로 장소가 변경됐다.

FC서울 소속 선수 제시 린가드. 뉴시스

이런 논란과 관련해 서울시설공단이 속한 서울시를 감사하는 행안위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FC서울 소속 선수 린가드에게 잔디에 대한 의견을 묻고자 국감에도 부른 것으로 보인다. 린가드가 국감장에 실제로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축구계에서는 린가드를 참고인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린가드가 FC서울 소속이며 경기 이후 잔디에 대한 의견을 밝힌 적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겨우 한 시즌 뛴 외국인 선수를 국감에 출석시키는 충분한 이유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린가드의 의견이 정말 궁금해서 부른다기보다는 이목을 끌어보려는 것 같다. 린가드를 ‘잔디 전문가’로 보기도 어렵지 않느냐”며 “의원들의 엇나간 욕심에 여러 행정력이 낭비되는 셈이라 씁쓸하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엔 불출석을 처벌하는 규정이 있으나 이는 증인과 감정인에게만 적용되며 참고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참고인은 출석 의무나 불출석 시 별도의 처벌 규정은 없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