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41)씨가 사건 당일 식당에서 쫓겨났을 정도로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문씨는 지난 4일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7시간가량 3차에 걸친 술자리를 한 뒤 사고를 냈다.
CCTV를 통해 확인된 동선을 보면 문씨는 4일 오후 6시57분쯤 한 건물 앞에 차량을 주차하고 미슐랭가이드에 선정된 고급 한우 음식점에 들어갔다. 이후 자리를 옮겨 2차로 술을 마신 문씨는 일행 2명과 자정이 넘어서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다음 날 0시38분쯤에는 자신이 주차했던 골목의 한 음식점에 일행과 방문했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이 음식점 주인은 “당시 (문씨가) 너무 취한 상태로 보여 ‘나가 달라’고 했지만 테이블을 쾅 치며 ‘술 달라’고 했다. 일행이던 남성이 다른 곳을 가자는 취지로 타일러 가게를 나갔다”고 서울신문에 말했다.
3차로 찾은 음식점에서도 만취한 모습을 보였다. 이곳에서는 두부김치와 소주 한 병을 시켰는데 술을 거의 못 마셨을 정도였다고 한다. 해당 음식점 주인은 “문씨가 식당에 들어올 때부터 꾸벅꾸벅 졸 정도로 이미 많이 취해 있었다”며 “3차에서는 아예 술은 안 마신 것처럼 보였다”고 조선일보에 전했다.
이후 음식점을 나온 문씨는 골목길을 비틀거리며 걷다가 자신의 차가 아닌 다른 차의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문씨는 이 골목길에 7시간 이상 불법 주차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씨는 5일 오전 2시51분쯤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앞에서 자신의 캐스퍼 차량을 운전하던 중 차선을 변경하다 뒤따라오던 택시와 부딪혔다. 당시 문씨가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 변경을 시도하다가 택시와 부딪힌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인 택시기사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음주측정을 통해 확인한 문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49%로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다.
사고 이후 문씨는 현장에서 한 차례 음주측정에 응한 뒤 인근 파출소까지 걸어갔다. 당시 문씨 차량에 동승자는 없었으며 문씨가 측정을 거부하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씨가 부축하려는 여경의 손을 뿌리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고 직전 CCTV 영상에는 문씨가 빨간불에 우회전 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는 등 교통법규 위반 정황도 포착됐다.
문씨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입건한 경찰은 자세한 음주운전 경위와 함께 확보한 택시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기타 교통법규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