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서 전해온 전도 이야기(17) “예수쟁이는 얼씬도 하지 마!”

입력 2024-10-08 09:43

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평생을 살아오면서, 특히 기독교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서 여기저기서, 그것도 섬사람들에게 들어온 부정적 기독교 인식을 깊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기 때문에 전도자는 어떤 여건에서도 담대함과 지혜로움, 전적인 성령님 의지를 통해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섬마을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교회를 중심으로 이웃하며 살아가는 주민들을 만납니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어떤 분인지, 무엇을 하며 살아오셨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까운 이웃을 통해서 듣거나 때로 본인에게 직접 생각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목사로서 어떻게 하면 저분의 마음속에 예수님을 전해, 그간의 오해를 시원하게 풀어주고 변화를 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마치 큰 산을 만난 듯 기독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신 어른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본인의 이름을 딴 광웅슈퍼를 50년 넘게 마을에서 운영하시면서 7명의 자녀를 키웠습니다. 80을 넘기신 연세이지만 완도군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고등학교를 그 옛날 졸업하신 엘리트이십니다. 당시엔 고등학교만 나오면 공무원과 교사를 언제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부심도 대단하셔서 온 마을 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땔감을 해서 목포로 실어나르던 시절을 함께 보냈지만, 자신은 한 번도 지게를 진 적이 없노라고 자랑하시는 분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이름을 딴 광웅슈퍼엔 없는 것이 없습니다. 오래된 이 가게에는 연세 드신 노부부가 아픔을 간직하고 사셨습니다. 까칠한 할아버지는 유난히 기독교인을 싫어하셨습니다.

그렇게 ‘배운 분’이어서 대화가 통하는 부분도 있지만, 배웠다는 우월감으로 특히 기독교를 유별나게 배척하시기도 했습니다. 저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도 조금이라도 신앙적인 얘기가 나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시는, 아주 심할 정도로 교회에 대한 반감이 강한 분이셨기에 저는 그분을 대할 때마다 더 조심하면서도 그분의 마음이 닫히지 않도록 살피며 다가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종교적 대화만 제외하면 마을 일에 협조하는 저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을 갖고 계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분에게는 아픔이 있습니다. 50년 전 부인되시는 할머니께서 일곱 자녀를 다 낳으시고 산에서 염소를 기르다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허리를 심하게 다쳐 50여년을 휠체어를 타고 살아가시고 있습니다. 어르신은 항상 아픈 아내를 안타까워 하셨고, 자녀들은 전부 육지에 살고 두 분이 가게를 운영하십니다. 어르신은 가게를 보면서도 걸을 수 없는 아내에게 온종일 눈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늘 앉아 생활하시며 사람을 그리워하는 아내에게도 어르신은 예수 믿는 사람은 절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고 계셔서 극성스럽게 찾아온다는 여호와의증인도 할머니를 볼 수 없습니다. 과연 이런 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르신은 신자만 아니면 누구든 문을 열고 필요한 음료수를 주시고 화투놀이도 하시면서 잘 지내시다가도 “예수쟁이는 우리 집에 못 온다”는 확고한 철칙을 세워놓고 계셨습니다.
교회라면 무조건 반대하시는 할아버지와 달리 휠체어의 주인은 교회 가기를 소원하십니다. 어떻게 저 분들의 마음에 복음을 심을 수 있을까요.

저는 어느 날 그런 어르신을 찾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르신, 제가 전도하지는 않겠습니다. 그저 목사가 이 마을에 와서 교회를 세웠기 때문에 아픈 할머니께 인사만 하고 가겠습니다. 할머니를 한번 뵐 수 있을까요?” 그렇게 허락을 받아 안방에 들어서니 할머니께서는 천사 같은 밝은 얼굴로 맞아 주셨습니다. 시골 사람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옷차림과 언어로 저를 반겨 주셨고 자신은 너무나 교회에 나가고 싶은데 우리 어른이 저렇게 강력히 반대하시니 어쩔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방에 놓여 있는 휠체어를 봤습니다. 평소 장애인을 마음에 두고 살았던 저입니다. ‘반드시 저 할머니를 교회로 모셔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렇게 할머니와 처음 만났습니다. 그분은 장애를 잘 이겨내시고 휠체어 생활을 하면서도 못 하시는 일이 없고 늘 미소를 띠시며 상대방을 미소 짓게 하시는 이옥래 할머니입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