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이끄는 핵심 기술인 동시에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얻은 인공지능(AI)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로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가 주목받고 있다. ESS는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여 AI를 끊김 없이 구동시키는 핵심 에너지 기술로 불린다. 탄소 제로 시대 재생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활용되면서 ESS는 차세대 에너지 시장의 중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8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4년 전기에너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AI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한 전력량은 약 460TWh(테라와트시·1조 와트의 전력을 1시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다.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2%에 달한다. IEA는 2026년 전력 소모량이 AI 발전과 데이터센터 건설 등으로 2022년 대비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달성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 겹친 점이 걸림돌이다. 안정적으로 데이터센터 등을 구동할 전력이 전 세계적으로 부족해지는 실정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수급이 불안정하다. 이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ESS가 주목받고 있다.
ESS는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 전력 생산량이 수요량보다 많거나,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한 후 적절한 시점에 사용하도록 한다. 이에 늘어나는 전력 수요량과 탄소 중립에 대한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 전력난의 해결책으로 불린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지난 2월 발표한 ‘ESS 글로벌 시장 보고서 2024’에서 글로벌 ESS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2342억6000만 달러(315조1968억원)에서 2024년 2553억7000만 달러(343조5237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후 2028년에는 약 3574억4000만 달러(480조8282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8.8%에 달한다.
이에 국내 에너지 기업들도 속속들이 ESS 시장에 투자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일 열린 비전선포식에서 전기차(EV)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ESS 사업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형식 LG에너지솔루션 사업부장 상무는 “미국이 2028년까지 ESS 설치 대수에서 중국을 앞지를 것”이라며 “향후 ESS 수요는 상당히 견고하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달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북미 최대 에너지 전시회 ‘RE+ 2024’에서 최첨단 안전 시스템을 적용한 ESS 배터리 ‘SBB 1.5’를 선보였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는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와 AI 시대 가속화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인해 ESS 시장이 향후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글로벌 ESS 시장에서 삼성SDI만의 초격차 기술력으로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더욱 많은 기업이 ESS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