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자동화에 몰리는 돈 잡아라…산업계 잰걸음

입력 2024-10-08 06:00
지난 4월 개장한 부산항 신항7부두에서 사용 중인 고중량물 이송 자율이동체 ‘무인운송차량’(AGV). 경남도 제공

물류 자동화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무거운 물건을 대신 옮겨주는 무인운반차(AGV)와 자율이동로봇(AMR) 시장이 뜨겁다. AMR은 정해진 동선을 따라서만 움직이는 AGV보다 발전한 형태로 스스로 경로를 찾아 이동할 수 있다.

포장, 재고 관리, 발송까지 모두 맡아서 처리하는 풀필먼트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물류센터 숫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노동력이다. 선진국의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 높은 인건비, 산업재해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물류센터 내 노동을 대체·보조할 로봇이 필요하다.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나르는 작업은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해 대체 1순위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DLS)은 전날 예스24 물류센터 ‘예스24 SFC’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주문 도서 24시간 내 출고를 표방하는 예스24는 ‘도서 풀필먼트’ 기업으로 볼 수 있다. DLS는 물류센터 설계뿐 아니라 AMR 공급, 물류 소프트웨어 구축 등도 맡는다. DLS는 이곳에 단일 물류센터 기준으로 동아시아 최대 규모인 544대의 AMR을 2026년 3월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이 AMR은 최대 800㎏까지 적재·이동할 수 있으며 ‘상품 피킹’(상품을 찾는 일)과 보관이 동시에 가능하다. 함께 도입할 로봇관리시스템은 AMR 이동 동선 단축, 데이터 분석 및 리포트 제공 등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항만에서도 물류 자동화 수요가 늘고 있다. 선박 규모가 커지고, 고중량 화물 물동량이 증가하면서다. 이에 미국 롱비치항,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중국 칭다오항 등 세계 주요 항만에서는 AGV와 AMR을 사용 중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 부산항 신항 7부두에 AGV 60대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시장조사 기관 ABI리서치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항만에 AGV 및 AMR 37만대가 필요하며 관련 시장은 550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7일 ‘광양항 자동화 부두’ AGV 제작·납품 사업을 수주했다. 수주 규모는 약 828억원이다. 현대로템은 오는 2029년까지 총 44대의 AGV를 비롯해 관제시스템, 충전기 등 관련 인프라 설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이 공급할 AGV는 길이 16m, 폭 3m, 높이 2.3m의 대형 AGV로 65t에 달하는 컨테이너까지 운반할 수 있다. 현대로템이 독자 개발한 관제시스템은 AGV가 유기적으로 화물을 운반하고 알고리즘에 기반해 이동 경로를 최적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관련 기술의 국산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대무벡스는 AMR 핵심 기술 국산화를 목표로 가반하중(적재·이송할 수 있는 무게) 2t·5t·10t 3종류의 초대형 AMR 개발에 나선다. 현대무벡스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하는 사업에 참여해 2027년까지 AMR 플랫폼 설계와 구동모듈(핵심 부품) 실증사업을 수행한다. 현대무벡스 측은 “AGV에 이어 AMR까지 완벽한 물류로봇 기술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