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 없는 해외 게임사, 사각지대서 여전히 활개

입력 2024-10-07 17:05 수정 2024-10-07 17:27
국민일보 삽화

중국을 비롯한 해외 게임사가 국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가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법망 사각지대에서 표기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이용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잇달아 제기되는데도 마땅한 처벌 방법이 없어 피해 게이머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중국 게임사 릴리스게임즈가 개발한 방치형 모바일 게임 ‘AFK: 새로운 여정’에서 영웅 뽑기 시스템인 ‘월계수 주점’의 확률이 잘못 표기되는 일이 있었다. 게임사는 게임 속 유료 아이템이 일정 이상 뽑기를 반복하면 원하는 상품을 확정적으로 얻는 ‘천장’ 시스템이 있다고 공지했지만, 실제 획득 확률은 공지된 것의 약 6분의 1 수준이었다. 또한 게임사는 변동 확률이나 천장 시스템 도입시 시도 횟수에 따른 구간별 성공 확률을 모두 공개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위반했다.

논란이 커지자 AFK 운영진은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상세 확률을 추후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지한 지 일주일이 넘은 현재까지 추가적인 보상·환불 방안을 내놓지 않아 게이머들 사이에선 “먹튀각 보고 있다”는 불안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 게임사의 나 몰라라 식 운영은 수년간 허다했다. 국내 이용자를 기만하는 확률 조작, 급작스러운 서비스 종료 후 국내 사업을 접는 먹튀 논란 등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지만 이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미비해 관리 당국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월 게임물관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 확률형 아이템 표기 위반 사례 중 60%에 달하는 158건이 해외 게임사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해외 게임사에 의무적으로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고 책임을 부과하는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를 지난 6월 발의했다. 해당 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국무회의를 남겨둔 상황이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국내 게임사에도 엄벌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해외 게임사도 한국에 따르는 제재가 가해져야 형평성이 맞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법을 위반했을 때 벌금 제재, 시행 시기, 방법 등 제도를 손질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실제 운영 단계에선 연착륙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제도화하되, 해외 게임사에 제도의 취지를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마찰을 최소화하는 등 제도 안착까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