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7일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공천 개입’ 논란에 대해 “적절치 않은 행위”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천 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김 의원은 먼저 익명으로 공직 후보자 매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천 처장은 “전체 맥락을 봐야 하지만 적절치 않은 행위”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어 구체적으로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김대남씨가 지난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뒤 SGI서울보증 상임감사로 취업한 것을 언급하며 김 여사의 후보자 매수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후보 출마를 포기하는 대가로 감사직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천 처장에게 재차 “김씨는 후보자 출마를 포기하고 나서 상임감사로 임명돼 기본급 1억6000만원, 성과급 3억6000만원, 차량 기사를 제공받았다”며 “심각한 범죄라고 보는데 다시 한번 입장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천 처장은 “같은 답변을 드려야 할 것 같다”며 “맥락을 잘 몰라 특정 사안에 대해 단정적 말씀을 드리는 것은 어렵겠지만 적절치 않은 사안인 것 같다”고 답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일반론적으로 후보자를 매수하는 일이 부적절하다는 말”이라며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과다하게 발부하고 있다는 의원들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바가 많다. 법원은 여러 판례를 통해 영장은 엄격히 발부돼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보이스피싱 등 다수 피의자가 있는 범죄는 서민범죄이기에 금융계좌 수색용 영장이 필수적으로 발부될 수밖에 없다”며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발부율은 2013년 89.6%에서 지난해 84.1%로 감소됐다”고 덧붙였다.
천 처장은 사법부 최대 현안인 재판 지연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행스럽게 올해 현재까지 수치를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장기미제 처리 건수나 장기미제율 등 수치가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며 “조만간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난이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그에 비해 법관 수는 10년째 그대로 묶인 상태”라며 “그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며 법관 인력 부족 문제를 짚었다.
여당 의원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의 재판이 과도하게 지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170석 이상 있는 거대야당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재판을 지연시켜도 되는가, 국민은 굉장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 처장은 “개별 재판에 대한 부분은 재판장과 재판부의 역할이라 당부를 얘기하기 적절치 않다”면서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재판은 신속·공정·충실하게 이뤄져야 하고, 현재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은 많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