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비밀경호국도 사람 부족… 20년 만 최대 인력난

입력 2024-10-08 06:01
NYT 캡쳐

대통령과 정부 고위급 인사의 경호를 담당하는 미국 비밀경호국(SS)이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 데이터를 인용해 2022년과 지난해 SS 직원 7800명 중 최소 1400명이 퇴사했다고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인력 유출이다.

올해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정치 컨벤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등으로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폭력 위협이 증가했지만 SS 규모는 오히려 축소됐다.

퇴사 이유는 초과 근무와 적은 보상, 승진·채용 특혜 등이다. 드론 같은 신기술을 도입해 업무의 질을 개선하고 업무량을 줄여달라는 직원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고용도, 예산 확충도 효과 없어
인력 확충을 위해 SS가 도입한 일부 방안은 역효과만 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은퇴 요원을 재고용해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안이 대표적이다. 이 방안 발표 후 SS 내부에선 오히려 조기 은퇴를 신청하는 요원이 늘어났다. 재고용되면 연금과 월급을 함께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은퇴 요원 재고용 후 기존 요원 근무 조건은 더 나빠졌다. 재고용 요원은 주로 현장이 아닌 사무직 등 편한 보직에 배치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기존 요원 부담이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1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현장에서 총격으로 귀 부분을 다쳐 피를 흘리며 연단에서 내려가고 있다. AP 뉴시스

고참 요원들이 은퇴를 선택하면서 현장이 경험 적은 요원으로 채워지는 것도 문제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경호 실패 같은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SS는 전체 직원을 8305명으로 늘리기 위해 의회에 수천만 달러 예산 증액을 요청하고도 인력을 늘리는 데 실패했다. 2022년 SS 요원 283명이 사표를 냈고, 169명은 연방정부의 다른 기관으로 전출했다. 같은 기간 308명은 정년퇴직이나 은퇴를 신청했다.

SS는 최근 몇 달간 요원을 늘리기 다시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달 의회는 특수요원 초과근무 비용을 충당하고 드론을 구입하기 위한 2억3100만 달러(3095억원)를 추가적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수십 명의 전현직 요원은 더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연방수사국이 여전히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초과 근무 해도 수당 못 받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전담 경호했던 크리스토퍼 맥클레닉은 10년 넘게 경찰로 일한 뒤 2001년 경호국에 입사했다. 이후 마이애미로 파견돼 사이버·금융사기 사건을 담당했지만 바쁜 시기에는 경호 업무를 도와야 했다. 상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 경호를 해 달라며 찾아와 몇 주간 가족과 떨어져 있기도 했다.

맥클레닉은 정년인 57세를 2년 남기고 퇴직했다. 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군용 화물기 바닥에 누워 잠을 자려는 순간 ‘여기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미국의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워싱턴DC 백악관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경호국은 10년이 넘도록 과로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일부 간부는 추가 수당을 받았지만 맥클레닉 같은 고위 간부는 정규 근무 시간만 계산된 임금을 받았다. 연방 급여 상한 때문에 많은 직원이 특정 금액 이상은 추가 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점도 큰 문제였다.

의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요원의 급여 상한을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기준 최대 급여는 22만1145달러(약 3억원)로 책정됐다.

그러나 일부 직원은 여전히 인상된 급여를 다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초과 근무를 해야 했다. 보스턴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지난달 중순 기준으로 올해 벌써 600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해 급여 상한선에 부딪혔다고 NYT에 말했다.

연방법집행관협회는 더타임즈 요청으로 지난달 SS 요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153명 중 68명이 “(지난해) 급여 상한선을 넘었다”고 답했다. 초과근무 수당으로는 3만 달러(약 4000만원)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낙하산 문제도 퇴사 원인
정실 인사 등 조직 운영에 대한 불만이 늘어난 것도 요원 퇴사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2022년에는 업무 외 부업으로 부동산중개업을 하던 한 간부가 백악관 경비 책임자가 된 뒤 자신을 통해 주택을 구매한 부하 직원 2명을 승진시켜 논란이 됐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킴벌리 치틀 전 SS 국장도 정실 인사로 비판을 받았다. 치틀 전 국장은 SS에서 근무하는 지인의 가족을 두 차례나 요직으로 승진시켰다.

이가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