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수’가 여성 지도력 확대의 분기점이라고?

입력 2024-10-07 15:02
남성 목사와 장로만 들어올 수 있는 예장합동 총회 정기총회 본회의장 모습. 국민일보DB

교회 내 여성 비율이 60%를 웃돌지만 지도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주요 장로교단을 중심으로 교단들의 정기총회가 폐회했지만 여성 지도력이 진일보한 사례를 찾기는 힘들다. 더욱이 1994년 여성안수를 허락한 뒤 여성 장로와 목사를 꾸준히 배출해 온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1500명 총회 총대 중 여성은 2.8% 수준에 그쳐 여성안수가 여성지도력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 또 다른 과제를 짊어졌다.

‘여성강도사’가 지도력 확대라고?
예장합동 총회(총회장 김종혁 목사)가 ‘여성사역자 강도권과 강도사 고시’를 허락했다.

지난해 열린 총회에서 하루 만에 ‘허락’과 ‘번복 결의’를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여성 강도사 안건이 통과하면서 보수적인 예장합동의 여성 사역자들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기회가 생겼다. 이에 따라 교단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여성 사역자들도 강도가 고시에 응시해 합격하면 강도사로 사역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여성강도사가 정기총회에서 결의됐지만 헌법 수정 사항으로 앞으로 1년 동안 헌법수정위원회가 연구한 뒤 내년 9월 열리는 예장합동 110회 정기총회 때 보고 한다. 그런 뒤 다시 한 회기 동안 전국 노회에 가부를 묻는 ‘수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2년 뒤인 111회 정기총회 이후 시행될 전망이다.

물론 여성강도사 허락이 전격적인 여성안수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예장합동 총회는 여성강도사 허락과 여성안수를 분리한다는 기조를 여전히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교단의 한 여성 관계자는 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여성안수를 허락한 한국기독교장로회나 예장통합은 평신도 여성들의 역할이 상당히 컸지만 예장합동 총회는 오히려 평신도 여성계가 안수에 상당히 소극적”이라면서 “여성계 내부에서도 안수에 대해 이견이 있을 정도이고 교단 신학마저 보수적이어서 여성안수 허락까지는 또 다른 긴 세월이 필요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안수 이후에도 설 자리 없다
문제는 여성안수가 시행된 교단에도 여성 지도자가 설 자리가 부족하다.

우리나라 여성안수 역사는 100년을 앞두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가 1931년 협성신학교에 여학생을 입학시키면서 시작된 여성안수는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장로와 목사를 56년과 74년 각각 허락하는 것으로 명맥을 이었다.

60년 넘게 부결이 반복되던 예장통합 총회는 94년 여성안수가 통과돼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예장통합 총회는 1933년 여성안수 헌의안을 정기총회에서 처음 다룬 이후 몇 차례 안건 토의와 찬반 투표에 부쳐졌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심지어 91년에는 여성안수 안건을 3년 동안 헌의할 수 없도록 하는 결의까지 있었을 정도로 반대가 심했다.

여성안수의 산증인인 예장통합의 사례가 예장합동 총회에도 반면교사가 되는 이유다.

하지만 여성안수의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성 지도자라 배출된 사례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동안 여성 총회장은 유영희(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김은경(기장) 목사가 유일했다. 부총회장으로는 김순미(예장통합) 장로가 뒤를 이었다. 유 목사의 경우 당시 회원 교단 순번에 따라 총회장 재임 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여성 지도력 저변 확대는 여전히 모든 교단의 과제다.

예장통합 총회가 발표한 2022년 통계에 따르면 목사(2만2180명)와 장로(1만8185명) 중 여성은 각각 13.49%, 6.48%에 그쳤다. 교회의 위임을 받은 여성 목사는 전체 목사 중 1.33%로 고작 41명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안수 30주년을 맞은 지난 9월 예장통합 109회 정기총회 1500명 총대 중 여성은 42명으로 2.8% 수준에 머물렀다.

예장통합 총회 소속 한 여성 총대가 2017년 경기도 안산 안산제일교회에서 열린 교단 총회에서 남성 총대들 사이에 앉아 회무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여성들이 좁은 길 열어라
김순미 예장통합 총회 여성위원장은 “여성안수가 허락된 교단의 여성들은 이제 스스로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여성안수 30주년이라는 자랑스러운 해인데도 여성총대가 3%도 되지 않는 현실이 초라하게 느껴진다”면서 “이번 정기총회에서 전국 69개 노회가 의무적으로 여성총대 1명을 파송해 달라는 안이 통과된 게 그나마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은 더 열심히 봉사하고 좋은 신앙인이 돼야 하고 교회는 이들에게 장로로 헌신할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신학교에 진학하는 여성들도 자기 분야를 개척해 여성에게 아직은 비좁은 길을 뚫고 나가야 한다”고 권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