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1위 국가로 올라선 미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며 국내 LNG 업계의 업황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면 국내 기업들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LNG 도입 가격이 그대로 이익에 반영되는 국내 발전사들이 직접적인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석유·가스 생산지역인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와 LNG 수출터미널이 위치한 걸프만 연안을 잇는 매터혼(Mattehorn) 가스 파이프라인이 지난 1일 가동을 시작했다. 천연가스 생산량 증가로 인해 하루 25만t을 수송하던 파이프라인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5만5000t을 수송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추가한 것이다. 이 지역 총 운송 용량은 2028년까지 45만t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예정이다. 운반한 LNG를 배에 싣기 위한 수출 터미널도 건설이 한창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건설되고 있는 10곳의 터미널이 완공되면 2028년 LNG 수출 용량은 하루 25만t에서 54만t으로 늘어난다.
저렴한 미국산 LNG 수출 증가로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 곳은 국내 LNG 발전사들이다. 전력 가격이 계통한계가격(SMP)에 따라 정해지는 전력 시장 특성상 민간기업은 더 낮은 가격에 LNG를 도입할수록 이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은 4415만t의 LNG를 수입했는데 이중 미국으로부터 512만t을 수입했다. 특히 SK E&S는 미국 프리포트LNG를 통해 전체 거래량의 약 20%를 조달하고 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산 LNG 가격 하락에 따라 국내 기업 중 LNG를 직도입하는 SK E&S, GS, SK가스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산 LNG 증가는 공급선 다변화에도 도움이 된다. 국내 업체들은 블루 수소 생산과 발전을 위해 LNG 도입량을 늘리고 있다. SK가스는 지난 4월 울산에 위치한 LNG 터미널 시운전을 개시하는 등 액화석유가스(LPG) 위주 사업 구성에서 벗어나 LNG로의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직접 개발에 참여한 미얀마 해상 가스전과 호주 육상 가스전에 더해 지난 8월 미국산 LNG를 향후 20년 동안 매년 70만t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화석연료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탄소배출량에 미국·카타르의 수출량 증가로 인한 가격 하락으로 LNG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