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은 5일 오전 봉사자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은 올해 21번째 ‘연탄 나눔 재개식’을 진행했다. 따듯한 겨울을 위한 연탄 나눔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현장에는 어르신들의 따뜻한 겨울을 응원하는 ‘생명나무’ 사진 부스 등이 설치돼있었다. 봉사자들은 각양각색의 조끼와 장갑을 끼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올해는 재개발로 인해 백사마을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재개식인만큼 봉사자들의 얼굴엔 아쉬움이 엿보였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봉사자 130여명은 21가구에 연탄 4600장을 전달했다.
연탄은행은 ‘기후환경 취약계층을 위한 사랑의 연탄 300만장 나누기’를 주제로 연탄 나눔 캠페인을 전개한다. 가난한 이들이 기후 대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짚으면서 연탄이 생존을 위한 에너지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캠페인은 내년 3월까지 진행된다.
허기복 목사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기후환경이 급변하면서 연탄가구를 비롯한 에너지 취약계층은 여름에는 더위에 허덕이고 겨울에는 추위에 떤다”며 “정부의 지원도 충분하지 않아 민간단체에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부터는 연탄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에너지 지원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탄가구 어르신들은 연탄은행과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백사마을에 58년째 거주하고 있는 이식례(83)씨는 “연탄은행 덕분에 지난 21년간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같이 어려운 사람 위해 도움의 손길을 보내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연탄은행은 올해로 연탄봉사 10년째를 맞은 가수 션(52)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션은 ‘대한민국 온도 1도 올리기’ 연탄봉사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날 175번째를 맞았다. 션은 “목표치인 200번을 채울 때까지 여러분들과 함께 지금처럼 대한민국의 1도를 올리기 위해 걸어가겠다”고 했다.
한 가구가 긴 겨울을 보내기 위해선 1100여장, 한 달에 최소 200여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특히 지난달 서울의 마지막 연탄공장인 삼천리 연탄공장이 폐쇄하면서 물류비가 증가해 연탄 한 장 가격이 850원에서 900원으로 인상됐다. 연탄은행은 올해 기후·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해 연탄 300만장, 난방유 1000리터, 액화석유가스(LPG) 나눔을 목표로 한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연탄사용가구는 7만4167가구다. 지역별로 경상북도가 2만4663가구로 가장 많다. 서울은 1827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