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대학 소그룹채플, 교회에 긍정 영향…함께 머리 맞대야”

입력 2024-10-05 11:51 수정 2024-10-05 18:09
김유준 숭실대 글로벌선교센터장 등이 4일 열린 소그룹채플 컨퍼런스에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숭실대 등 국내 기독 사학들이 강연 형태의 집단채플 대신 선택한 소그룹채플이 학원 선교뿐 아니라 지역교회 다음세대 복음화 확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렇기에 교계가 협력해 기독사학의 채플 연구와 개발 등 학원 선교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제언은 숭실대가 4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개최한 ‘소그룹채플 컨퍼런스’에서 제기됐다. 숭실대는 2021년 시작돼 현재 1학년 전체에 확산된 소그룹채플의 사례 등을 살펴보며, 다른 기독 학교에 확산을 독려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이날 자리에는 숭실대 소그룹채플 멘토로 활동하는 50여명뿐 아니라, 국내 다른 기독사학 채플 담당자와 지역 교회 목회자 등 학원 선교에 관심이 높은 교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숭실대 교목실장인 김회권 교수는 이날 기조 강연에서 “교육과 전도의 장으로 활용된 기독교 대학의 채플이 현재 교목실 사역으로 전락했고, 또 채플수업과 관련한 인권위 권고 등에 인한 채플이 위축되는 분위기에 더불어 목회자 주도의 일방적이며 집합체적 강연 형태의 채플에 대한 학생 반발 등에 대한 해소하기 위해 소그룹 채플이 시작됐다”며 “일방적 선포를 벗어나 다자간 경청과 대화가 존재하는 소그룹채플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가진 불만이 기독교에 대한 것이 아닌 ‘나쁜 기독교’에 대한 저항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숭실대가 지난해 2학기 소그룹채플 수강생 7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채플에 만족도는 부정적인 답변(불만족,매우 불만족)을 제외하면 90.2%의 긍정 평가가 나왔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학기 오프라인 대그룹 채플(72.5%)에 비해 높은 수치다.

김회권 숭실대 교목실장이 4일 열린 소그룹채플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여러 그룹으로 나눠 하는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소그룹 채플엔 멘토의 역할이 중요하다. 숭실대는 2021년 2학기부터 40명이 채 안 되는 숭실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소그룹을 실험적으로 운영했다. 교목실이 2009년부터 소그룹채플을 시도한 전주대를 참고했다. 현재 숭실대는 1학년 3000명을 대상으로 380개의 소그룹채플을 진행한다. 한 학기에 참여하는 멘토 그룹만 200여명이다. 지난 3년간 활동한 멘토는 420여명이다.

숭실대는 멘토 모집과 체계적인 교육 등을 위해 지난 3월 글로벌선교센터를 신설했다. 김유준 센터장은 이날 주제 강연을 통해 “인격적이며 신학적인 멘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소그룹채플 운영의 핵심”이라며 “숭실대 교수와 직원 지역교회 목회자, 선교단체 관계자, 신대원생, 평신도 등 20대부터 80대까지 남녀노소를 망라한 자원봉사로 헌신해 주시는 분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실업인회(CBMC)의 70여명의 멘토가 취업 등에 생생한 이야기를 나눠주고 젊은 신대원 출신 전도사가 젊은 세대와 소통할 때 학생 참여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소그룹채플 운영에 있어 지역교회와의 연계나 협력 방안도 고민 과제다. 숭실대는 올해부터 소그룹 모임 멘토를 기준으로 지역별로 인원을 구성했다. 학기가 끝나도 관계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이미나 행화정교회 사모는 “채플 수업 후에도 그간 만났던 100여명의 학생을 마음에 품고 기도한다”며 “학생들이 힘들 때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경험을 나눴다. 직접적 학원 전도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교회 목회자 등 외부 사역자들에게 학생과 소통할 수 있는 사역지가 생긴다는 점에서도 소그룹채플은 의미가 있다. 한국교회가 나서서 기독사학의 채플 방식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멘토로 참여하는 꿈이있는교회 윤태성 목사는 “이 시대에서 대중적 회심을 바라긴 어렵다. 그렇기에 소그룹채플 등을 통한 관계 전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상진 한동대 석좌교수가 4일 열린 소그룹채플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소그룹채플을 통해 바로 전도할 수 다는 성급한 마음은 경계대상이다. 전주대 선교지원실 이진호 교수는 “소그룹채플은 교역자들이 선교 현장에서 실제로 복음 전하는 기회를 얻는다는 면에서 좋지만 이를 직접적인 전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커다란 하나님의 나라 안에서 기독교에 대해 알아가는 학생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열매이자 축복이다. 한 영혼을 사랑하는 하는 활동이 결국 다양한 기회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교회는 소그룹채플 참여 등 다양한 활동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그룹채플에 참여한 학생들은 외로움 등 심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효과를 언급했다. 한 재학생은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다”고 말했고, 또 다른 재학생은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여서 좋았다”며 “처음엔 내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고 부담스러웠지만 만남을 거듭할수록 그게 가능해지더라”고 털어놨다.

사학법이 미션네트워크 상임이사이자 기독교 교육 전문가인 박상진 한동대 석좌교수는 안정적인 멘토그룹 형성을 위해 숭실대 교수들의 더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며, 기독사학이 채플이 가진 고유의 정체성을 찾는 다양한 방법론 중 하나로 소그룹채플을 이용하고, 이를 통한 목표는 신앙교육이 아닌 신앙체험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소그룹채플을 통해 기독교에 대해 아는 것이 아닌 신앙적 변화를 일으키자는 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계가 나서 관련한 연구와 개발에 힘써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범식 숭실대 총장과 숭실대 이사장인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숭실대 이사인 김운성 영락교회 목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축사와 설교, 축도를 통해 학원선교의 발전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
장범식 숭실대 총장과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김운성 영락교회 목사 등이 4일 열린 소그룹채플 컨퍼런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글·사진=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