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윤석열 정부의) ‘자유의 북진’이라는 흡수통일론은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다”며 남북 모두 위기 상황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제17주년 기념식 및 2024년도 한반도 평화주간 폐막식’ 축사에서 “남북이 다시 군사적으로 충돌하면 민족 모두에게 공멸의 길임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대립으로 치닫는 국제 정세 속에서 9·19 군사합의마저 파기해 평화의 안전핀까지 제거했다”며 “확성기와 전단, 오물 풍선을 주고받으면서 군사적 충돌 일보 직전까지 온 위험천만한 국면”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두고 “문재인 정부 시기 한반도 리스크가 사라져 2021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8000달러에 육박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지만, 평화 대신 대결을 추구하는 정부가 국민소득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득 못지않게 민주주의, 인권, 복지 등 소중한 가치가 있지만 이들도 평화의 기반 위에서 발전한다”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이뤘던 민주주의 지수, 언론 자유 지수 등의 상승이 추락하는 현실을 겪고 있다”고 부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위기 국면을 타개할 묘수는 따로 없다. 대화에 나서는 길밖에 없다”며 “가장 위기일 때가 대화의 적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대적 두 국가’나 ‘자유 북진’ 같은 상대를 자극하는 언행을 삼가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서로를 대화의 상대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